당 의종(懿宗) 때 노암(路巖)이 정권을 농단하며 뇌물을 많이 받아먹었다. 진반수(陳蟠叟)가 상소를 올렸다. 변함(邊咸) 한 집안의 재산만 몰수해도 나라의 군대를 2년은 먹일 수 있다고 썼다. 황제가 변함이 대체 누구냐고 묻자, 노암의 하인이라고 말했다. 황제가 격분해서 진반수를 귀양 보냈다. 그 뒤로 아무도 직언을 올리지 않았다. 당 고종(高宗) 때 이의부(李義府)는 처자까지 나서서 관직을 팔고 돈으로 송사를 멋대로 조종해 문 앞에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윤기(尹愭·1741~1826)가 '청탁과 뇌물을 논함(論請託賄賂)'이란 글에서 썼다. "뇌물을 많이 받고 잘못된 요청을 따라 준 뒤라야 높은 지위를 얻고, 능히 뇌물을 바쳐 청탁을 잘 통한 후에야 일 처리를 잘한다고 일컬어진다. 온 나라가 미친 것처럼 바람에 휩쓸려, 시험관이 합격자를 뽑아도 세도가가 아니면 부자뿐이어서, 글을 잘하는 자라도 뇌물을 통한 뒤에 시험장에 들어가려고 한다. 전형하는 관리가 관직을 내릴 때도 권력자가 아니면 돈 많은 사람의 자식들뿐이어서, 쓸 만한 사람도 죽기로 작정하고 정도를 지키는 사람이 아니면 세파에 따라 분주함을 면치 못한다. 관직에 있으면서 송사를 처리할 때도 일의 옳고 그름이나 이치의 곡직은 논하지 않고, 형세의 경중과 뇌물의 다소만 살핀다. 합리적이고 곧은 사람조차 반드시 곁으로 구멍을 뚫어 지름길 얻기를 기약한 뒤라야 감히 송사를 벌인다. 그 결과 과거 시험장에서 재주를 품은 자는 헛되이 늙고, 제목조차 능히 외우지 못하는 자가 장원으로 급제하며, 관직에서는 조용하고 겸손한 사람은 쫓겨나고, 발 빠른 자가 낚아채며, 송사에서는 곧은 자가 늘 꺾이고, 굽은 자가 항상 이긴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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