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세설신어

[정민의 世說新語] [395] 비조시석(非朝是夕)

bindol 2020. 8. 4. 05:02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1813년 8월 늦장마 속에 다산은 제자들에게 주는 당부의 글을 썼다. 사람들이 진일도인(眞一道人)을 찾아와 화복을 물었다. 그의 대답이 이랬다. "다만 일등의 자리에 있는 사람은 얼마 못 가 꺾이고 만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아침이 아니면 저녁일 것이니, 굳이 애써서 점칠 것이 없다(但道第一人, 須知不久折. 非朝卽是夕, 蓍策何勞揲)." 말뜻은 이렇다. 비싼 돈 들여가며 점을 치고, 무당을 불러 굿할 것 없다. 정답은 얼마 못 간다는 것뿐이다. 오래 머물 궁리를 버리고 내려설 준비를 해라. 천년만년 누리려다 나락에 떨어져서는 세상을 저주하고 사람을 원망하니 슬프고 딱하다.

다산 정약용. /조선일보 DB

 

다산은 또 이렇게 썼다. "즐거움은 비방의 빌미가 되고 괴로움은 기림의 근원이 된다. 관유안(管幼安)은 책상의 무릎 닿은 곳에 구멍이 났고, 정이천(程伊川)은 진흙으로 빚은 것처럼 앉아서 공부했다. 이는 천하의 괴로운 공부였으므로 천하 사람들이 이를 기린다. 진후주(陳後主)의 임춘루(臨春樓)와 결기각(結綺閣), 당명황(唐明皇)의 침향전과 연창궁(連昌宮)은 천하의 즐거운 일이었기에 천하 사람들이 이를 헐뜯는다. 이후로도 모든 일이 다 그러했다. 안연(顔淵)은 누추한 골목에서 표주박의 물과 대소쿠리의 밥을 먹으며 지냈고, 문천상(文天祥)은 시시(柴市)에서 참혹하게 죽었으나 사람들은 모두 이를 기린다. 부자 석숭의 산호 장식 및 비단 장막과 풍도(馮道)가 평생 재상으로 지냈던 것은 사람들이 모두 헐뜯는다. 기림이란 나를 괴롭게 함을 통해 생겨나고, 헐뜯음은 나를 즐겁게 함으로 말미암아 생겨나는 것이다. 너희는 모름지기 깊이 명심하여 잠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樂者毁之䤂, 苦者譽之根. 管幼安榻穿當膝, 程伊川坐如泥塑, 是天下之苦功. 故天下譽之. 陳後主臨春結綺, 唐明皇 沈香連昌, 是天下之樂事. 故天下毁之. 推是以往, 萬事悉然. 顔淵簞瓢陋巷, 天祥塗腦柴市, 人皆譽之. 季倫珊瑚錦帳, 馮道都身相府, 人皆毁之. 譽由苦我生, 毁由樂我生. 汝等切須銘記, 跬步勿諼)."

누구나 갖고 싶지만 가져서 부끄러운 것이 있다. 이제껏 누리고도 더 갖고 다 갖겠다고 쥐고 놓지 않으면 한때 나를 기쁘게 했던 것들로 인해 만고의 비방을 감내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2/06/201612060323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