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를 노래한 김안로(金安老·1481~ 1537)의 연작 중에 '해오라기(鷺)'란 작품이 있다. '여뀌 물가 서성이다 이끼 바위 옮겨와선/ 물고기 노리느라 서서 날아가지 않네./ 눈 같은 옷 깨끗해서 모습 몹시 한가하니/ 옆에 사람 누군들 망기(忘機)라 하지 않겠는가?(蓼灣容與更苔磯, 意在窺魚立不飛. 刷得雪衣容甚暇, 傍人誰不導忘機.)' 이미지 크게보기한 냇가에서 검은댕기 해오라기 한 마리가 물고기를 잡고 있다. /조선일보 DB
해오라기는 음흉한 속내를 지녔을망정 욕심 사납게 설쳐대지 않고 오래 서서 먹잇감이 다가올 때까지 기다릴 줄 안다. 겉모습만으로는 군자의 기림을 받을 만하다. 성대중(成大中·1732~1809)은 '청성잡기(靑城雜記)'에서 말했다. "아등바등 구차하게 먹는 것만 추구하는 자는 금수와 다를 것이 없다. 눈을 부릅뜬 채 내달아 이익만을 좇는 자는 도적과 다름없다. 잗달고 악착같아서 사사로운 일에 힘쓰는 자는 거간꾼과 똑같다. 패거리 지어 남을 헐뜯으며 삿된 자와 어울리는 것은 도깨비나 마찬가지다. 기세가 등등해서 미친 듯이 굴며 기운을 숭상하는 자는 오랑캐일 뿐이다. 수다스럽게 재잘대며 권세에 빌붙는 자는 종이나 첩에 지나지 않는다.(營營苟苟, 惟食是求者, 未離乎禽獸也; 盱盱奔奔, 惟利是趨者, 未離乎盜賊也. 瑣瑣齪齪, 惟私是務者, 未 離乎駔儈也. 翕翕訿訿, 惟邪是比者, 未離乎鬼魅也. 炎炎顚顚, 惟氣是尙者, 未離乎夷狄也. 詹詹喋喋, 惟勢是附者, 離乎僕妾也.)"
|
'정민의 세설신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민의 世說新語] [401] 손이익난(損易益難) (0) | 2020.08.04 |
---|---|
[정민의 世說新語] [400] 명창정궤(明窓淨几) (0) | 2020.08.04 |
[정민의 世說新語] [398] 응작여시(應作如是) (0) | 2020.08.04 |
[정민의 世說新語] [397] 채수시조(債帥市曹) (0) | 2020.08.04 |
[정민의 世說新語] [396] 폐목강심(閉目降心) (0) | 2020.08.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