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세설신어

[정민의 世說新語] [493] 음주십과 (飮酒十過)

bindol 2020. 8. 5. 05:35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이수광이 '지봉유설'에 쓴 술에 대한 경계를 읽어 본다. "술이 독이 됨이 또한 심하다. 평상시 내섬시(內贍寺)의 술 만드는 방은 기와가 썩어서 몇 년에 한 번씩 갈아준다. 참새조차 그 위로는 감히 모여들지 않는다. 술기운이 쪄서 올라오기 때문이다. 내가 세상 사람을 보니 술에 빠진 사람치고 일찍 죽지 않는 경우가 드물다. 비록 바로 죽지는 않더라도 또한 고질병이 된다. 그 밖에 재앙을 부르고 몸을 망치는 것은 일일이 꼽을 수조차 없다. 어떤 이는 술이 사람을 상하게 하는 것이 여색보다 심하다고 하니 맞는 말이다."

내섬시는 대궐에서 필요한 술을 만들어 조달하는 관청이다. 술기운이 어찌나 독한지 술 만드는 건물의 기와가 몇 년을 못 견뎌 썩어나갈 지경이다. 그 독한 기운을 몸속에 들이붓는데 몸이 어찌 견디겠는가?

'양생기요(養生紀要)'에서 말했다."저녁에는 크게 취하면 안 된다[暮無大醉]." 또 말했다. "밤중에 취하는 것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再三防夜醉]." 이수광의 풀이는 이렇다. "술의 독이 머물러 모여 사람의 오장육부를 해칠까 염려하는 것이다."

불경에서 인용한, 술로 인한 열 가지 허물을 나열한 내용이 특히 흥미롭다. 첫째, 안색이 나빠진다[顔色惡]. 둘째, 힘이 없어진다[少力]. 셋째, 눈이 어두워진다[眼不明]. 넷째, 성내는 꼴을 본다[見嗔相]. 다섯째, 농사일을 망친다[壞田業]. 여섯째, 질병을 더한다[增疾病]. 일곱째, 싸워 소송하는 일을 더한다[益鬪訟]. 여덟째, 악명을 퍼뜨린다[惡名流布]. 아홉째, 지혜를 줄어들게 만든다[智慧减]. 열째, 몸을 망가뜨려 마침내 여러 악의 길로 빠뜨린다[壞身命, 終墮諸惡道].


과음으로 낯빛이 나빠지고, 힘이 빠지거나, 시력이 떨어지는 것은 남에게 주는 피해는 없 다. 술을 오래 마시면 병들어 몸을 망치고 분별력을 잃는다. 술은 광약(狂藥)이다. 멀쩡하다가도 술만 들어가면 정신줄을 놓고 미쳐 날뛴다. 순하던 사람이 까닭도 없이 주먹질을 하고, 도로를 역주행해 인명을 살상한다. 다음 날 일어나면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도무지 생각이 안 난다. 직장에서 쫓겨나고 재판에 불려 다니다가 감옥에 가서 인생을 망치기까지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14/201811140377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