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세설신어

[정민의 世說新語] [538] 물경소사 (勿輕小事)

bindol 2020. 8. 5. 06:38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진평(陳平)이 음식을 조리할 때 고기를 모두에게 균등하게 나눠주어 눈길을 끌었다. 끝내는 천하를 요리하는 지위에 올랐다. 임안(任安)이 사냥을 나가 함께 잡은 사슴과 고라니, 꿩과 토끼를 분배하는데, 사람들이 모두 임안이 공평하게 나눈다고 입을 모았다. 뒤에 그 또한 기절(氣節) 있는 인물로 이름났다. 사현(謝玄)이 환사마(桓司馬) 아래서 일할 때였다. 그는 신발을 신을 때조차 흐트러짐 없이 반듯했다. 사람들이 그가 장수의 역량이 있음을 그것을 보고 알았다. 사람은 사소한 일조차 소홀하게 대충해서는 안 된다. 사소한 한 가지 일에서 그 사람의 바탕이 훤히 드러난다. '문해피사(文海披沙)'에 나온다.

작은 일을 건성으로 하면서 큰일을 촘촘히 살필 수 없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 안 샐 리 없다. 개인의 일일 때는 문제가 없지만, 나랏일이면 그 피해를 헤아리기 어렵다. '관윤자(關尹子)'가 말했다. "작은 일을 가볍게 보지 말라. 작은 틈이 배를 가라앉힌다. 작은 물건을 우습게 보아서는 안 된다. 작은 벌레가 독을 품고 있다. 소인을 그저 보아넘겨서는 안 된다. 소인이 나라를 해친다(勿輕小事, 小隙沈舟. 勿輕小物, 小蟲毒身. 勿輕小人, 小人賊國)."

윤기(尹愭·1741~1826)가 '정상한화(井上閑話)'에서 말했다. "세상에 공정한 말이 없다. 비난하고 기리는 것, 거짓과 진실이 모두 뒤집혀 잘못되었다. 시시비비란 것이 애증(愛憎)을 따르지 않으면 염량(炎凉)에 인할 뿐이다. 옳고 그름이 명백한데도 시비하는 자들은 언제나 옳은 것을 그르다고 하고, 그른 것을 옳다고 한다. 실상을 알면서도 명백하게 판별하지 않는 것은 피차간에 두텁고 각박함이 있어 일부러 이편과 저편이 되는 것이다. 개중에는 주견 없이 남의 말만 믿는 자가 있고, 선입견을 고수해서 다시 살펴볼 생각도 않는 경우도 있다. 서로 전하고 번갈아 호응해서 잘못을 답습하고 오류를 더한다.


작은 구멍 하나가 제방을 무너뜨린다. 사소한 틈 때문에 배가 침몰한다. 소인 한 사람이 전체 조직에 균열을 가져온다. 그 정도는 봐줘야지, 뭐 별일이 있겠어? 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나면 때가 이미 늦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25/201909250344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