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세설신어

[정민의 世說新語] [548] 어귀정상 (語貴精詳)

bindol 2020. 8. 6. 04:57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이덕무가 '사소절(士小節)'에서 언어에 대해 말한 몇 대목을 추려 본다. 읽다 보니 찔끔하게 만드는 구절이 많다.

"말이 많은 사람은 위엄을 손상하고 정성을 덜어내며, 기운을 해치고 일을 그르친다(多言者, 傷威損誠害氣壞事)." 말 많아 좋을 것이 없는 줄 알면서도 입만 열면 멈출 줄 모른다. "말마다 농담만 하면 마음이 방탕해지고 일마다 실속이 없다. 남들도 우습게 보아 업신여긴다(言言諧嘲, 心則放而事皆無實, 人亦狎而侮之也)." 제 딴에는 남을 웃기려고 한 말인데, 저만 우스운 사람이 되고 만다. 종내는 남의 업신여김까지 받게 된다. 말을 어찌 삼가지 않겠는가?

"말을 할 때 빈말을 글 쓸 때 첫머리처럼 먼저 늘어놓아, 남이 듣기 싫어하게 해서는 안 된다. 말은 정밀하고 상세하며 간결하면서도 합당한 것을 귀하게 여긴다. 번잡하고 되풀이하며 자질구레하고 잗다란 것을 꺼린다(凡言語勿先作假辭, 如作文冒頭然, 使人厭聽. 語貴精詳簡當, 忌煩複纖瑣)." 입만 열면 서두가 길다. 했던 말 또 하고, 안 해도 될 말 자꾸 끼워 넣으면 듣는 이가 지친다. 역효과만 난다.

"습관적으로 어떤 화제를 남들에게 신나게 말하고 나서, 다음에 또 그와 만나 앞서 말한 것을 잊어버리고 되풀이해 말한다. 이렇게 몇 번 하면 그 사람은 틀림없이 듣기 싫어하고 되풀이해 말하는 것을 의아하게 여긴다. 이것은 비록 총명함이 부족한 연유이기도 하지만 또한 심기가 거칠고 경솔한 병통이기도 하다(慣習一種話頭, 對人盛言. 後又對其人, 忘前所言, 而又復道之. 如此屢數, 則其人必厭聽焉, 訝其重複. 此雖聰明不足之致, 亦復心氣粗率之病也)." 했던 말을 신나게 떠들다가 상대 표정을 보고서야 아차 싶을 때가 있다. 나이 들면서 이런 일 이 잦아진다. 입을 무겁게 가지라는 신호다.

"남의 말을 들을 때, 비록 내가 들은 것과 차이가 나더라도 내가 앞서 들은 것을 굳게 고집해서 기운을 돋워 남을 꺾으려고 쉬지 않고 떠들어대서는 안 된다(聞人言, 雖與我所聞有異同, 不可牢守我先聞, 盛氣折人, 呶呶不已也)." 이러다가 꼭 큰 싸움이 난다. 세상의 다툼이 대부분 말 때문에 생긴다. 아끼고 살펴야겠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05/201912050001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