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세설신어

[정민의 世說新語] [562] 신언과우 (愼言寡尤)

bindol 2020. 8. 6. 05:24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가짜 뉴스의 폐해가 갈수록 쌓여간다. 근거 없는 풍문이 입을 건너다니며 사실로 둔갑한다. 진실을 담아내야 할 일부 언론마저 앞장서서 부추긴다. 낄낄대거나 분노하며 소비하다가 거짓임이 밝혀져도 '아님 말고' 식이라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논어 '위정(爲政)'에서 공자가 제자 자장(子張)에게 말했다. "많이 듣되 의심나는 것은 빼버리고, 삼가서 그 나머지만 말하면 허물이 적다. 많이 보되 확실치 않은 것은 빼버리고, 삼가 그 나머지만 행하면 뉘우칠 일이 적다(多聞闕疑, 愼言其餘則寡尤. 多見闕殆, 愼行其餘則寡悔)."

이 말을 받아 조익(趙翼·1579~1655)이 '계운궁복제의(啓運宮服制議)'에서 썼다. "공자(孔子)는 '많이 듣되 의심스러운 것은 빼고, 많이 보되 확실치 않은 것은 빼라'고 했습니다. 의심스럽고 확실치 않다는 것은 그 일이 옳을 수도 있고 그를 수도 있어 반드시 옳다는 것을 믿을 수 없음을 말하고, 이를 빼라는 것은 잘못에 빠질 것을 염려해서입니다. 성인께서 일에 있어 신중했던 것이 이와 같았습니다. 작은 일도 오히려 이렇게 함이 마땅한데, 하물며 큰일이겠습니까?" 복제(服制) 문제에서 경전 본문의 뜻이 분명한데, 주소(注疏·경서 등 원문에 후세 사람들이 해석·설명을 붙이는 일)에 의거해 억지 주장을 펼치는 논의에 대해 일침한 내용이다.

 

 

김정희(金正喜·1786~1856)도 '이상적에게 주다(與李藕船)' 제6신에서 이렇게 말했다. "위원(魏源)은 경전에 심오한 사람이다. 후세 사람들이 매번 역사에서 빠진 것과 단편만 남은 경전을 가지고 회통하여 하나로 귀결시키려 드니, 이런 공부는 궐의(闕疑)와 신언(愼言)의 뜻에 맞지 않는다. 위군이야 이런 문제에 빠지지 않겠지만, 위군을 이어서 말하는 자가 이를 근거로 삼아 갈수록 기이함을 좋아하여 다투고, 또 이를 따라 말살할 터이니 크게 두려워할 만한 일이 아니겠는가?"

구석에서 끌어낸 이상한 정보로 과도한 주장을 펼치면, 그다음엔 이를 근거로 한발 더 나간 주장을 내서 종내 걷잡을 수 없게 된다는 말이다. 가짜 뉴스가 점점 놀이처럼 변해간다. 거짓임이 밝혀져도 그 정보는 전달되지 않아, 가짜만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도처에 쓰레기 정보라 눈과 귀가 어지럽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12/202003120000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