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끝났고 막말의 뒤끝이 남았다. 표 때문에 안 해야 할 말들이 난무했다. 맹자 '이루(離婁)' 장에 "사람이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은 나무람을 받지 않아서이다(人之易其言也, 無責耳矣)"라 했다. 주자는 "사람이 그 말을 가볍게 하고 함부로 하는 까닭은 실언에 대해 나무람을 만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풀이했다. 막말의 버릇이 사회적 견책 장치가 없기 때문이란 뜻일까? 나무람을 받게 되면 막말의 버릇이 고쳐질까? 또 나무람을 받기 전까지는 막말도 면죄부를 받게 되는 걸까?
오해의 여지가 있을까 봐 주자가 덧붙였다. "군자의 학문이 반드시 꾸짖음이 있기를 기다린 뒤에야 감히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고 한 것은 아니다. 이 또한 연유가 있어 말한 것이다." 맥락이 있어 한 말이니,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단서를 달았다. 그럴까?
후한 때 조기(趙岐)는 "사람이 말을 경솔하게 뱉는 것은 실언에 대해 나무람을 받지 않아서이다(人之輕易其言, 不得失言之咎責也)"라고 했다. 주자가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 조기도 사람이 함부로 말하며 임금에게 바르게 간하려 들지 않는 것은 책임지는 지위에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풀이를 더 보탰다. 그래도 설명이 어딘가 옹색하다.
다산은 '맹자요의(孟子要義)'에서 이 구절에 대한 조기와 주자의 풀이에 의문을 제기했다. "사람이 덕을 잃는 것은 말을 경솔하게 하는 것보다 심한 것이 없다. 조괄(趙括)은 경솔한 말 때문에 패했고, 마속(馬謖)은 경솔한 말로 인해 죽임을 당했다. 하물며 학자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사람이 말을 함부로 하면, 이는 버린 물건일 뿐이니 그에게 무슨 벌을 준단 말인가? 이 때문에 꾸짖을 것도 없다고 말한 것이다(人之失德, 未有甚於易言. 趙括以易言敗, 馬謖以易言誅. 況於學者乎? 人之易其言也, 此是棄物, 於女何誅? 故曰'無責耳矣')."
이렇게 보면 위 맹자 본문은 "사람이 말을 함부로 하면 나무랄 것도 없다"가 된다. 쓰레기 같은 말을 하면 쓰레기 취급을 해야 해서, 나무랄 가치도 없다는 의미로 풀이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허를 찌르는 역발상의 해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