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週 漢字

兼收幷畜 -겸수병축-

bindol 2020. 8. 16. 03:36

21세기 첫 10년 동안 대륙을 지배한 이는 후진타오(胡錦濤)다. 그는 중국의 제4세대 영도인으로 불린다. 후진타오 시대가 추구한 치세(治世)의 핵심을 단 한 글자의 한자(漢字)로 표현하라면 아마도 ‘조화롭다’는 뜻을 가진 ‘화(和)’가 아닐까 싶다.

漢字, 세상을 말하다

 

그래서 후진타오 시대엔 『논어(論語)』에 나오는 성어 화이부동(和而不同)이 회자됐다. 화이부동은 군자(君子)의 됨됨이를 나타내는 표현이다. 주위 사람과 친하게 지내기는 하나 부화뇌동(附和雷同)하거나 무리를 만드는 등 편향된 행동을 하지 않는 자세를 말한다. 즉 다른 사람들과 생각이 달라도 그들과 어울려 화목할 수 있는 군자의 세계를 일컫는 것이다. 반면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다. 겉으로는 같은 생각을 가진 것처럼 보이나 실제론 화목하지 못하다.

 


후진타오의 뒤를 이은 중국의 제5세대 영도인 시진핑(習近平)이 며칠 전 유엔 총회에서의 기조연설에서 이 화이부동 뒤에 한 마디를 더 보탰다. 겸수병축(兼收幷畜)이 그것이다. 겸수병축이란 ‘서로 다른 내용의 사물을 받아들이고 보존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시진핑은 “우리는 화이부동과 겸수병축의 문명 교류를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겸수병축엔 여러 함의가 담겨 있다. 종교가 다르다고 또 생각이 다르다고 틀린 것은 아니란 이야기다. 시진핑은 “문명 사이엔 대화가 필요하며 배척을 해선 안된다. 문명은 서로 교류해야 하지 어느 문명이 다른 문명을 대신해서는 안된다-각종 문명을 존중하고 평등하게 대하며 서로의 장점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선(善)과 악(惡)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에 익숙한 서양에 문명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 다름을 존중하자고 강조한 것이다. 공존(共存)을 외친 것인데 과연 국제사회에 어느 정도의 반향을 끼쳤을지 궁금하기만 하다.




유상철 중국전문기자scyo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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