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週 漢字

秋夕 -추석-

bindol 2020. 8. 16. 03:34

“거울처럼 맑은 밤하늘에 보름달 솟아 있네, 고향 가고픈 마음 큰 칼로 가슴 도려내는 듯(滿月飛明鏡 歸心折大刀) 쑥대 구르듯 고향 떠난 지 오래고, 계수나무 올라 올려 보니 하늘이 드높구나(轉蓬行地遠 攀桂仰天高). 물길에는 서리와 눈이 맺히고, 숲에는 둥지 튼 새들이 지저귄다(水路疑霜雪 林棲見羽毛). 마침 달 속의 흰 토끼 바라보니 털 갯수마저 셀 수 있을 듯하네(此時瞻白?直欲數秋毫).”

漢字, 세상을 말하다

 

“저녁 구름 걷히니 더욱 청량해진 하늘(暮雲收盡溢淸寒) 은하수는 말이 없고 옥쟁반만 떠오르네(銀漢無聲轉玉盤) 이 생애 오늘 같은 밤 늘 있는 것 아니니(此生此夜不長好) 내년에는 밝은 달을 어디서 보고 있을까(明月明年何處看).”


소식은 다른 시 ‘수조가두(水調歌頭)’에서는 “사람에게는 기쁨과 슬픔, 이별과 만남이 있고, 달에는 어둡고 밝음, 둥글고 이지러짐이 있네(人有悲歡離合 月有陰晴圓缺)”라고 했다. 달은 차고 기운다. 언제나 둥근 해와 다르다. 한자 월(月)은 초생달 모양에서 따왔다. 황혼녘의 달이 석(夕)이다. 고대 한자에서 석(夕)과 월(月)은 비슷했다. ‘가을 저녁’ 추석이 ‘가을 달’을 뜻하는 이유다. 갑골문 월(月)에는 가운데 점이 없었고, 석(夕)에는 점을 찍어 구분했다. 청동기에 새긴 금문(金文)은 반대였다. 지금은 월(月)에는 점 두 개, 석(夕)에는 점이 하나다.

 



소식은 ‘빙호추월(氷壺秋月)’이란 성어도 만들었다. 얼음 담은 항아리와 같이 밝은 가을 달로 청렴결백한 마음을 일컫는다. 조선시대 허균(許筠)도 “간과 쓸개를 매번 서로 비추고, 얼음 항아리를 찬 달이 내려 비추네(肝膽每相照 氷壺映寒月·간담매상조 빙호영한월)”라는 시구를 남겼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4년 서울대 연설에서 한·중 우의를 빗대며 인용한 구절이다.


자의건 타의건 이산(離散)이 많은 시절이다. 추석의 정서는 향수(鄕愁)다. 주말과 겹친 추석에 귀향이 여의치 않다면 영상통화로라도 가족간 아쉬움을 달래보자.




신경진 중국연구소·국제부 기자xiao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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