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別曲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03] 飮食男女

bindol 2020. 8. 21. 05:28

"먹고 마시는 일, 그리고 남녀 관계는 사람의 큰 욕망이 머무는 곳(飮食男女 人之大欲存焉)"이라는 말은 유가의 경전 '예기(禮記)'에 일찌감치 나온다. 이를 모티브로 만든 홍콩 영화 '음식남녀(飮食男女)'도 사람의 식욕(食慾)을 진지하게 다뤘다.

청동기 시대 중국에서는 도철(饕餮)이라는 문양이 크게 유행했다. 발이 세 개 달린 솥 정(鼎) 등에 고루 등장하는 이 문양의 괴물은 모든 것을 먹어 치우는 존재로 알려져 있다. 나중에 이 괴물 이름은 식탐(食貪)의 대명사로 굳어진다.

 

요즘의 '총리'에 해당하는 옛 관직 명칭인 재상(宰相)의 유래도 제사 때 잡는 소와 양 등 제물(祭物)을 다루는 직책[宰]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먹는 음식에 관한 옛 중국의 관심과 주목은 매우 크고 깊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시(關係)'를 매우 중시하는 인문적 토양은 밥자리에서 모든 사안을 해결하는 문화도 낳았다. 그래서 중국인의 식탁은 늘 풍성함을 지향하는지 모른다. 산해진미(山海珍味)와 함께 용의 간, 봉황새의 골수를 가리키는 용간봉수(龍肝鳳髓) 등의 요란한 수사(修辭)가 탄생한 이유다.

실제 야미(野味)라고 적는 중국의 야생동물 요리는 문제가 심하다. 박쥐와 천산갑(穿山甲), 사향고양이, 고슴도치, 들쥐 등 야생동물을 보신(補身) 차원에서 식단에 올리는 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중국의 식문화는 '구강(口腔)에 멈춘 욕망'이라는 야멸찬 비판도 받는다. 그럼에도 중국 음식은 세계적 요리 반열에 꼭 들어간다.

최근 중국 최고 지도자가 꾸지람 한마디를 던졌다. "음식 낭비를 줄이라"는 지시였다. 그 때문에 '도철' 등에서 비롯한 전통적 식탐 문화가 크게 줄어들지는 않을 듯하다. 오히려 최근의 수재(水災)와 경제 사정 악화에 따른 식량 위기가 그 발언의 진짜 토대일지 모른다는 의구심이 불거진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21/202008210004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