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別曲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01] 미국과 중국의 전운(戰雲)

bindol 2020. 8. 7. 03:48


"먹구름이 짓눌러 성은 곧 무너질 듯하고, 갑옷은 해가 나오자 번쩍거린다(黑雲壓城城欲摧, 甲光向日金鱗開)"는 시구가 있다. 당(唐)의 유명 시인 이하(李賀)의 작품이다.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전쟁터 분위기가 아주 생생하다.

전쟁터는 한자어로 보통 전장(戰場)이라 잘 적는다. 때로는 흙이 널리 깔린 개활지라는 뜻에서 사장(沙場)으로도 곧잘 표기한다. 변방에서 싸움이 자주 벌어져 강장(疆場)이라는 단어도 나왔다. 현대 중국에서는 전지(戰地)라는 표현이 흔하다.

 

전쟁터는 사람 사이에서 벌어진 가장 그악한 싸움의 내용, 그 안에 담긴 다양한 곡절 때문에 숱한 회고(回顧)가 따른다. 중국의 옛 전쟁터는 아주 많다. 참담한 전쟁이 빗발 닥치듯 벌어졌기 때문이다. '홍구(鴻溝)'라는 단어도 그 하나다.

중국에서 유래한 장기판 가운데 줄은 깊은 구덩이를 상정하고 있다. 바로 이 '홍구'다. 진(秦)이 망하고 천하의 패권을 다퉜던 항우(項羽)의 초(楚), 유방(劉邦)의 한(漢)이 대치했던 싸움터 경계다. 본래는 황하(黃河)와 회수(淮水)를 잇는 운하였다고 한다.

 

항우와 유방이 다투면서 서로 이곳을 경계로 삼기로 약속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를 사이에 두고 동쪽은 항우의 초, 서쪽이 유방의 한이었다. 지금 장기는 그 싸움을 소재로 만든 게임이다.

'홍구'는 깊고 넓어 건너기 힘든 곳이었던 듯하다. 그래서 '함부로 넘을 수 없는 선(線)'이라는 속뜻도 있 다. 지독한 다툼을 부르는 전선(戰線)이자 변계(邊界)다. 천연 험지(險地)일 경우에는 천참(天塹)으로도 부른다. 진역(畛域)도 그 맥락이다.

요즘 미국과 중국 사이의 대립이 거세다. 싸움을 예고하는 구름, '전운(戰雲)'이라는 말까지 떠올리게 하는 국면이다. 예사롭지 않은 둘 사이의 다툼이 간단치 않은 풍파를 일으킬지 몰라 우리의 깊은 주의가 필요한 때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06/202008060454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