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8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홍사덕 전 국회부의장의 빈소. 영정사진 양옆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조화가 놓였다. 홍 전 부의장과 이 회장은 고교 동기동창이다. 과거 대학 입시를 앞두고 서울에 왔지만, 머물 곳이 없던 홍 전 부의장의 사정을 알고 이 회장이 지낼 방을 구해주기도 할만큼 가까운 사이였다고 한다. [연합뉴스] 홍 전 부의장은 이 회장과 60년 동안 인연을 이어온 친구였다. 홍 전 부의장 장례식 당시 영정사진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는 이 회장 이름이 적힌 조화가 놓였다. 꽃으로나마 친구의 가는 길을 배웅했던 이 회장이지만, 그 역시 불과 4개월 뒤인 지난 25일 세상을 떠났다. 정계와 재계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60년 지기가 같은 해 함께 삶을 끝마친 것이다. ‘힘자랑’ 하며 어울린 고교 시절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 건 서울 사대부고 시절이다. 이 회장 책에 실린 홍 전 부의장의 글에는 두 사람의 학창시절 일화가 소개돼 있다. 이병철 삼성창업주(왼쪽)와 함께 사진을 찍은 유년 시절의 이건희 회장(오른쪽). [중앙포토] 두 사람은 종종 ‘힘자랑’을 하며 몸을 부딪칠 만큼 친밀한 사이였다고 한다. 이 회장은 레슬링을 했고, 홍 전 부의장은 유도를 했다. 홍 전 부의장은 생전 이 회장의 승부사 기질을 엿볼 수 있는 일화를 중앙일보에 소개하기도 했다. 고교 2학년 때 학교에서 싸움 좀 한다는, 요즘 말로 하면 ‘일진’과 이 회장이 싸움을 벌인 사건이다. "실로 괴이한 두뇌의 소유자"사회와 산업을 보는 이 회장의 시각에 대해서도 홍 전 부의장은 “남달랐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이 일본에 관해 나눈 대화를 한 예로 들기도 했다. 홍 전 부의장에 따르면, 이 회장은 느닷없이 일본 소학교 교과서 몇 권을 건네면서 “일본어를 배워놔라. 니 정도면 두어 달만 해도 웬만큼 할끼다”고 말했다고 한다. 반일감정이 팽배해있던 시절이라 홍 전 부의장이 ‘그걸 뭐하러 배우노?’ 하고 물었더니, 이 회장은 “일본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봐야 그 속에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찾게 된다”고 답했다. 지난 2000년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선대위원장으로 활동하던 당시 홍사덕 전 국회부의장의 모습. YS와 DJ,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등 거물 정치인들이 고루 중용했던 홍 전 부의장은 생전에 정치권의 '풍운아'로 불렸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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