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목의스시한조각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77] 출세魚 방어

bindol 2020. 11. 6. 05:20

요즘 날씨가 추워지면서 방어가 제철 음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예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명태⋅고등어⋅삼치 등을 제치고 겨울 생선의 대명사처럼 여기는 분위기다. 특히 수산 업계에서 경매용으로나 쓰던 ‘대방어’라는 이름을 일반인도 널리 쓰면서 다 자란 방어의 인기가 특히 높다.

방어는 일본어로 ‘부리(ブリ)’라고 한다. 특이한 것은 일본에서는 방어를 부르는 명칭이 성장 단계에 따라 바뀐다는 것이다. 지방마다 차이가 있으나 간토(關東) 지방에서는 작은 순서대로 와카시-이나다-와라사 등으로 부르다가 80㎝ 이상급 완전 성어(成魚)가 되면 부리라고 부른다. 일본에서는 이렇듯 성장을 거치며 이름이 바뀌는 생선을 ‘출세어(出世魚)’라고 한다.

출세어라는 다소 엉뚱한 별명은 과거 일본의 상류층이 성인이 되거나 신분이 바뀔 때 관례(冠禮)를 행하고 이름을 새로이 하는 관습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성장 과정에서 이름이 바뀐다고 모두 출세어는 아니고, 성어의 가치가 높고 귀하게 여겨야 출세어 대접을 받는다. 회유(回游) 어종인 방어는 같은 시기, 같은 장소에서 다양한 크기의 개체가 잡히는데, 성어의 생김새와 맛, 영양이 치어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 대표적 출세어로 꼽힌다. 부리라 부른다는 것은 그만큼 가치와 희소성을 인정받는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현대 한국 사회에서 출세의 대명사는 국회의원일 것이다. 국회의원은 ‘선량(選良)’이라 부르기도 한다. 무리에서 뽑힌 현량방정(賢良方正)한 우두머리라는 뜻이다. 최근 사법부와 행정부를 분간하지 못하거나 세금으로 세비를 받으면서도 ‘한 푼 줍쇼’ 하며 후원을 구걸한 의원이 보도된 적이 있다. 추구하는 정치의 기본 가치를 담은 당헌을 손바닥 뒤집듯 번복하는 정당 소식도 있다. 출세라는 호칭에 걸맞은 식견, 품격, 정직성을 갖추고 있는지 국민 처지에서 스스로를 돌아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