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가 좋은 계절이라 창문을 열고 운전할 때가 많다. 선선한 가을 공기를 느끼는 것은 좋은데 담배를 창문 밖으로 내놓고 피우는 운전자들 때문에 종종 기분이 상하곤 한다. 앞차나 옆 차에서 날아드는 담배 연기를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담배 연기도 싫지만 자기 차에 담배 냄새가 배는 것은 싫으니 밖으로 내놓고 피겠다는 그 이기심이 더욱 고약하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나 그런 운전자들이 예전보다 더 많아진 듯한 느낌이다. 고백을 하자면 나도 예전에는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행동을 고치게 된 계기는 일본에서의 경험이었다. 일본에 처음 가서 일본인 부동산 업자 K상의 차를 타고 집을 구하러 가는 길이었다. 차 안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한국에서 하던 대로 담배를 밖으로 내밀자 K상이 질색을 한다. 자기는 괜찮으니 다른 사람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창문을 닫고 담배를 피우라는 것이다. 이 사람만 유별난 것인가 싶어 그 후 유심히 거리의 차들을 살펴봤지만 정말로 창밖으로 담배를 내민 운전자를 잘 볼 수 없었다.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은 꼭 자유⋅평등⋅정의⋅공정과 같은 거대 이념으로만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자제하는 배려심과 공중도덕의 생활화야말로 일상의 삶을 편하게 하는 공공선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기소불욕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의 상호 실천과 기초 질서의 정연(整然)함이 주는 안정감, 안심감은 생각보다 삶의 만족도와 공동체 의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얼마 전 일본 유학을 다녀오면 반역자, 친일파가 된다는 모 작가의 발언이 있었다. 그가 정의(定義)한 친일파에 속하는 한 명으로서 민족의식을 떠나 공공질서만큼은 일본에서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배울 것은 배워 한국 사회가 일본보다 더 배려심 넘치는 사회가 되면 그것이 곧 스스로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극일이라고 생각한다. 역시 친일파답다고 손가락질할 사람도 있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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