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 주일대사관 1등 서기관
소설(小說)이라는 말은 한국인들의 언어 습관에서 보통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일정한 개연성과 인과관계의 구조를 갖도록 작가의 상상력으로 창작된 산문체 문학 장르, 즉 novel을 의미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때로는 그저 사실이 아닌 허구의 이야기(fiction)를 의미할 때도 있다. 소설이라는 말 자체는 중국 유래이다. 한서(漢書) 예문지(藝文志)나 장자(荘子) 외물편(外物篇)에 등장하는 소설은 가담항어(街談巷語·저잣거리에서 얻어들은 이야기), 잔총소어(殘叢小語·특별히 의미를 취할 것이 없는 보잘것없는 논설) 등의 의미라고 한다. 이후 중화문명권에서는 패관문학류의 지어낸 이야기를 소설이라 불렀지만 이는 세속적이고 격이 떨어지는 잡설이라는 부정적 의미가 여전히 내포되어 있는 명칭이었다. 일본에서 novel의 번역어로 소설이 정착된 데에는 근대 초기 문필가 쓰보우치 쇼요(坪内逍遙·1859~1935)의 영향이 컸다. 쓰보우치는 성인군자의 권선징악 훈계나 영웅 군담, 기담괴담 수준에 머무르던 그때까지의 흥미 본위 이야기 문학에서 벗어나 현실의 인간을 대상으로 그들의 희로애락과 세태 풍속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근대문학으로서의 소설이 지향해야 할 바라고 주장했다. 사실주의, 예술적 가치, 사회적 의미 등을 소설의 요체로 천명한 그의 저작 ‘소설신수’(小説神髄)는 근대 일본 문학 탄생의 발화점이 되었고 소설이라는 말도 그때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게 된다. 요즘 모 정치인의 ‘소설 쓰시네’라는 실언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소설을 단순히 지어낸 거짓말에 불과한 것처럼 취급했다며 이에 대해 사과를 요구한 소설가협회의 항의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때로는 현실이 소설보다 더 소설 같다’는 말이 있다. 기왕 불거진 소설 공방이니 무엇이 소설이고 무엇이 현실인지 속 시원히 진상이 밝혀지고 그 결말은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명징한 권선징악으로 마무리될 수 있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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