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省躬譏誡 寵增抗極
【本文】 省躬譏誡 寵增抗極 성궁기계 총증항극
자신의 몸 살펴서 남의 비방(誹謗) 경계(警誡)하라.
총애(寵愛)가 더해 가면 교만(驕慢)함이 이른다네.
【訓音】
省 살필 성 躬 몸 궁 譏 나무랄 기 誡 경계할 계
寵 사랑할 총 增 더할 증 抗 겨룰 항 極 다할 극
【解說】
지난 시간에는 이궐가유(貽厥嘉猷) 면기지식(勉其祗植)에 대하여 공부하였는데, 이번 시간에는 성궁기계(省躬譏誡) 총증항극(寵增抗極)에 대하여 공부할 차례입니다. 늘 자신의 몸을 살펴서 남의 비방을 경계하라는 내용입니다. 또한 총애가 날로 더하면 교만해지기 쉬우니 몸가짐을 조심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성궁기계(省躬譏誡) 자신의 몸 살펴서 남의 비방(誹謗) 경계(警誡)하라.
우선 글자의 자원(字源)부터 알아보고 그 뜻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성(省)은 목(目) + 생(生)의 형성자(形聲字)로, '생(生)'은 '청(淸)'과 통하여, '맑다' 의 뜻을 나타냅니다. 자세히 보다, 시찰하는 관청의 뜻을 나타냅니다.
성(省)은 '덜 생'이라고도 하는데, '덜다'의 뜻은 목(目) + 소(少)와 같은 문자가 따로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본래, '생(眚)'으로 써야 할 자형을 고문(古文)처럼 쓰고, 다시 '省'이라 잘못 쓴 데서 생긴 혼란에 말미암은 것이라 합니다.
궁(躬)은 회의자(會意字)로, 전문(篆文)은 여(呂)+신(身)으로 되어 있습니다.
'여(呂)'는 '등뼈'의 뜻입니다. 음(音)이 '궁(宮)'과 통하여 굴곡(屈曲)하여 끝나다의 기본(基本) 뜻을 가집니다. '신(身)은 '아이 밴 배'의 뜻입니다. 구부렸다 폈다 할 수 있는 '몸'의 뜻입니다. '궁(躳)'은 '몸 궁'의 본자(本字)이고, '궁(躬)'은 궁(躳)의 속자(俗字)입니다.
기(譏)는 언(言) + 기(幾)의 형성자(形聲字)로, '기(幾)'는 '세세(細細)하다' 뜻이니, 기(譏)는 세세하게 남의 결점을 말하다, 헐뜯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계(誡)는 언(言) + 계(戒)의 형성자(形聲字)로, '계(戒)'는 '경계하다, 훈계하다'의 뜻이니, 계(誡)는 말로 훈계하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성궁기계(省躬譏誡)는 늘 자신의 몸을 살펴서 남의 비방(誹謗)을 경계(警誡)하라는 말씀입니다.
성궁(省躬)에서 성(省)은 '살핀다'는 뜻입니다. 궁(躬)은 '몸'의 뜻도 있고, '친히, 몸소'의 뜻이 있으므로 성궁(省躬)은 '몸소 살핀다, 자신의 몸을 살핀다'는 뜻입니다.
기계(譏誡)에서 기(譏)는 '기비야(譏誹也)라 했으니 '나무란다. 비방한다'는 뜻입니다. 남의 잘못에 대하여 비방ㆎ험담하는 것 중에 두 가지가 있는데, 당사자 면전에서 하는 경우와 뒤에서 하는 경우입니다. 그런데 면전에서 비방하는 것을 기(譏)라 하고 뒤에서 험담하는 것을 훼(毁)라 합니다. 흔히 뒷담화라고 하지요.
계(誡)는 '경계할 계'로, 말씀 언(言)과 경계할 계(戒)로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계(戒)자를 분석해 보면 두 개의 말뚝을 땅에 박고서[∥] 그 말뚝을 고정하기 위한 가로대[一]를 설치하여 울타리를 둘러치고 그 울타리 옆에서 창[戈]을 들고 지키는 모습입니다. 이는 이 울타리 안으로 어떤 수상한 사람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지키는 모습입니다. 이 계(戒)에 말씀 언(言)을 더하여 잘 지키도록 훈계(訓戒)하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엄중히 경계한다는 뜻입니다.
성궁기계(省躬譏誡)는 항상 자신의 몸을 살펴서 남의 비방을 경계하는 뜻입니다. 이는 남의 비방을 듣지 않도록 늘 자신을 살펴야 함을 깨우쳐 주고 있습니다. 논어(論語)》『학이편(學而篇)』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습니다.
「증자(曾子)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매일 세 가지 일로 내 자신을 반성한다. (吾日三省吾身)
남을 위하여 일을 꾀하되 최선을 다하였는가? (爲人謀而不忠乎)
친구와의 사귐에 있어 신의를 저버린 일은 없었는가? (與朋友交而不信乎)
스승으로부터 전해받은 바를 올바로 익혔는가?" (傳不習乎)」
증자(曾子)는 이름이 삼(參)이고, 자(字)는 자여(子與)인데 공자(孔子)님보다는 46세 연하라고 합니다. 공자의 제자 중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으로 효행으로 이름 높은 분으로 사서삼경(四書三經) 중 하나인 《대학(大學)》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증자께서는 대인관계에 있어 남에게 최선을 다하였는지, 친구에게 신의를 다하였는지, 스승께서 가르쳐 주신 가르침을 충실히 잘 익혔는지를 날마다 반성했다는 이야깁니다. 이를 일일삼성(一日三省)이라 합니다. 이와 같은 일일삼성을 통해서 자기발전이 이루어지고 자신의 인격을 도야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맹자(孟子)》『이루장구(離婁章句)』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습니다.
「맹자(孟子)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남을 사랑해도 친해지지 않거든 자신의 인애(仁愛)을 반성해 보고,
남을 다스려도 다스려지지 않거든 지신의 지혜(智慧)를 반성해 보고,
남을 예(禮)로 대하는데도 예로 답하지 않거든 자신의 경의(敬意)을 반성해
보아야 한다."」
맹자님께서는 내가 남을 아껴 주는데도 남이 나에게 친근하게 대해 주지 않고, 내가 사람을 다스리는데도 잘 다스려지지 않고, 내가 남에게 예를 다해 주는데도 그 사람이 나에게 예로써 답하지 않는다면, 나에게 무슨 결점이나 문제가 없는가 반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원인을 남에게 찾을 것이 아니라 나에게 찾아서 자신을 반듯하게 하라는 말씀입니다.
보조국사(普照國師) 지눌(智訥) 스님의 저서인 《계초심학인문(誡初心學人文)》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습니다.
「省己知非 常須遠離(성기지비 상수원리)
"자신을 살피고 그름을 알아서 항상 모름지기 멀리 여의도록 하라."」
성기(省己)는 '자신을 살핀다'는 말이고, 지비(知非)는 '그름을 안다'는 뜻입니다.
자기를 살핀다는 것은 나의 잘못이 있는지 없는지 살피는 것입니다. 가르침대로 수행을 잘 하는지 살펴 자칫 허물을 짓지 않나 살피는 것입니다. 그래서 행여 그릇된 허물을 발견한다면 이를 즉각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흔히 남의 허물은 잘 살피지만 자신의 허물은 못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기지비(省己知非)는 남의 허물을 살피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그릇됨이 없나를 살피는 것입니다. 옛부터 뜻있는 분들은 일일삼성(一日三省)이라 해서 하루에 적어도 세 번은 자신을 살펴보았다고 합니다. 늘 자기가 한 일에 허물이 없었는가를 살폈던 것입니다. 바름을 지향하는 불자라면 이와 같은 자세를 본받아야 합니다. 불자가 이런 마음을 가지고 생활한다면 그 어떤 잘못을 범할 수도 없고 허물을 짓지도 않을 것입니다.
상수원리(常須遠離)는 '항상 모름지기 멀리 여의라'는 말씀입니다. 이렇게 자신을 살펴 잘못을 알아채면 그것을 시정하라는 말씀입니다. 허물을 알고도 고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어리석은 자에 불과한 것입니다.
성궁기계(省躬譏誡)는 성기지비 상수원리(省己知非와 常須遠離)와 뜻이 통한다 할 것입니다. 바르게 살고자 하는 사람은 자신을 늘 살펴서 그릇됨을 알아차려 시정해야 합니다. 늘 정념(正念)을 가지고 남의 비방을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설혹 비방을 받는다면 왜 비방과 책망을 받는 것인지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서 시정해야만 향상일로(向上一路)를 걷게 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언제나 내 몸을 잘 지켜서 성냄에서 몸을 잘 보호하여 악한 행동을 내 몸에서 없애 버리고 착한 행위 덕행을 닦아 나가라 하셨습니다. 또한 언제나 내 말을 삼가 잘 지켜서 성냄에서 입을 잘 보호하여서 나쁜 말을 입에서 없애 버리고 진리 말씀을 익혀 나가라 하셨습니다. 또, 언제나 내 마음을 삼가 지키고, 성냄에서 마음을 잘 보호하여서 나쁜 생각 마음에서 없애 버리고 진리만을 언제나 생각하라 하셨습니다.
누구나 이와 같은 몸과 말과 마음을 갖고 자신을 잘 살핀다면 어느 누구로부터 나무람을 받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바른 마음과 바른 행동을 하면 누가 함부로 손가락질을 하겠습니까? 언제나 성궁기계(省躬譏誡)하고 정심정행(正心正行)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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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省躬譏誡 寵增抗極
【本文】 省躬譏誡 寵增抗極 성궁기계 총증항극
자기자신 살펴서 남의 비방(誹謗) 경계(警誡)하라.
총애(寵愛)가 더해 가면 교만(驕慢)함이 이른다네.
【解說】
지난 시간에는 성궁기계(省躬譏誡) 총증항극(寵增抗極) 중, 늘 자신의 몸을 살펴서 남의 비방을 경계하라는 내용의 성궁기계(省躬譏誡)에 대하여 공부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총증항극(寵增抗極)에 대하여 알아볼 차례입니다. 총애가 날로 더하면 교만해지기 쉬우니 몸가짐을 조심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자세히 알아보고자 합니다.
총증항극(寵增抗極) 총애(寵愛)가 더해 가면 교만(驕慢)함이 이른다네.
우선 글자의 자원(字源)부터 알아보고 그 뜻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총(寵)은 면(宀) + 용(龍)의 회의자(會意字)로, '면(宀)'은 '집'의 뜻이고, '용(龍)'은 상상의 동물입니다. 용신(龍神)을 모신 집, 존귀한 주거(住居)의 뜻에서, '숭상하다, 공경하다' 의 뜻을 나타냅니다. 또, '괴다, 사랑하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증(增)은 토(土) + 증(曾)의 형성자(形聲字)로, '증(曾)'은 '포개어 쌓다'의 뜻입니다. 풍부하게 늘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항(抗)은 수(手) + 항(亢)의 형성자(形聲字)로, '항(亢)'은 '높다'의 뜻입니다. 손을 높이 들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그래서 '들어 올리다, 막다, 겨루다, 높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극(極)은 목(木) + 극(亟)의 형성자(形聲字)로, '극(亟)'은 '힐문하다, 추궁하다' 의 뜻입니다. '목(木)을 덧붙여, 가옥(家屋)의 최고의 곳에 있는 용마루의 뜻을 나타냅니다. '극(極), 끝, 극(極)하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총증항극(寵增抗極)에서 총(寵)은 총애야(寵愛也)라 했으니 '사랑하다'란 뜻입니다. 증(增)은 증익야(增益也)라 했으니 '더하다'는 뜻입니다.
항(抗)은 '저항(抵抗)'의 뜻도 있지만 항고야(抗高也)라 했으니 항(抗)은 '높음'을 뜻하기도 합니다. 극(極)은 '끝, 극(極)하다'의 뜻도 있지만 '이르다'의 뜻도 있습니다.
총증(寵增)은 '총애가 더해 간다'는 뜻입니다. 항극(抗極)은 '극에 달한다. 교만함에 이르다', 또는 '항거심(抗拒心)이 극에 달하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총애(寵愛)가 더해 가면 사람의 심리가 세력(勢力)을 쓰고 싶어 합니다. 그러다 보면 교만(驕慢)해지고 오만(傲慢)해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총애가 더해 갈수록 교만함에 이르게 되고, 이를 당하는 사람는 사람은 항거심(抗拒心)이 극에 달하게 됩니다.
따라서 총증항극(寵增抗極)은 총애(寵愛)가 더해 가면 교만(驕慢)함이 이르기 쉽고 항거심이 극에 달하게 되니 교만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금의 역사를 보면 임금의 총애를 받은 사람 중 올바른 현자(賢者)가 아닌 다음에 교만에 이르지 않은 사람이 드뭅니다. 교만에 빠져 방자하게 굴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춘추시대 제경공(齊景公)에게 공손접(公孫接)ㆍ전개강(田開疆)ㆍ고야자(古冶子)라는 세 사람의 맹장(猛將)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나라에 큰 공이 있어 제경공의 총애를 받는 위상(位相)으로 오만(傲慢)하고 상하의 예의가 없었습니다. 안자춘추(晏子春秋)》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공손접(公孫接)ㆍ전개강(田開疆)ㆍ고야자(古冶子)가 함께 경공(景公)을 섬기게 되었는데, 모두가 그 용력(勇力)이 호랑이를 잡을 정도라고 소문이 나 있었다. 그러나 상국(相國)인 안자(晏子. 晏嬰)가 급히 그들 앞을 지나가도, 세 사람은 일어서지 않을 정도로 거만(倨慢)하였다.
이에 안자가 들어가 경공을 뵙고 이렇게 말하였다.
"제가 듣건대, 명철한 임금이 용력(勇力)의 장사들을 양성하매 위로는 군신지의(君臣之義)를 갖추고, 아래로는 장솔지륜(長率之倫)을 구비하며, 안으로는 폭력을 금하고, 밖으로는 적에게 위엄을 보여 윗사람은 그들로 인해 이로움을 얻고, 아랫사람은 그들의 용맹에 굴복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그 지위를 존중하고, 봉록을 많이 주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임금께서 용력의 장사들을 양성함에는 위로는 군신지의가 없고, 아래로는 장솔지륜이 없으며, 안으로는 폭력을 금하지도, 밖으로는 적에게 위엄을 보이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바로 나라를 위태롭게 할 인물들입니다. 내쫓아 버리는 것만 못합니다."
그러자 경공도 이렇게 근심을 표명하였다.
"세 사람을 쳐 없애려 해도 성공하지 못할까 두렵고, 찔러 없애려 해도 맞히지 못할까 두려워하고 있는 터입니다."
이에 안자가 "이들은 모두 그 힘만 믿고 공격하는 자들입니다. 힘에서는 서로를 적으로 여길 인물들입니다. 장유(長幼)의 예절이 없습니다."라고 하며, 사람을 시켜 그 세 사람에게 복숭아 두 개만 보내면서 이렇게 물어보도록 임금에게 제의하였다.
"세 사람은 어찌 그 공을 헤아린 다음 복숭아를 먹지 않는가?"
이에 공손접(公孫接)이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였다.
"안자는 지혜로운 사람이로다. 무릇 임금으로 하여금 우리의 공을 계산토록 하였으니, 복숭아를 못 먹게 되는 자는 바로 용기가 없다는 뜻이 된다. 용사는 셋인데 복숭아는 둘이다. 그러니 어찌 공을 따져 보지 않고 복숭아를 먹을 수 있으랴.
나 접(接)은 한 번에 특견(特猏)을 잡았고, 두 번째는 새끼까지 딸린 어미호랑이를 잡았다. 나 같은 공이라면 복숭아를 먹어도 되리라. 다른 사람과는 같지 않다!"
이렇게 말하고 복숭아를 집어들고 일어섰다. 다음에는 전개강(田開疆)이 말했다.
"나는 병사를 이끌고 삼군(三軍)을 퇴각시킨 적이 두 번이나 된다. 나 개강(開疆)의 공이라면 역시 복숭아를 먹어도 되리라. 다른 사람과는 다르다!"
이렇게 말하고 복숭아를 집어들고 일어섰다. 이에 고야자(古冶子)가 말했다.
"내 일찍이 임금을 모시고 하수(河水)를 건널 때, 자라가 수레의 왼쪽 참마(驂馬)를 물고 지주(砥柱)의 물길 가운데로 끌고 들어간 적이 있었다. 이때 나는 전혀 헤엄을 칠 줄 몰랐지만, 물 속으로 따라 들어가 물길을 1백 보나 거슬렀다가, 다시 물길을 따라 9리나 가서 그 자라를 잡아 죽이고, 왼손으로는 참마(驂馬)의 꼬리를 잡고 오른손으로는 자라의 머리를 잡아 학이 뛰듯이 빠져 나왔다. 그때 나루터의 사람들이 모두 그 자라를 보고는 '하백(河伯)이다!'라고 할 정도였는데, 자세히 본즉 커다란 자라의 머리였다. 나 같은 공이라면 역시 복숭아를 먹을 만하다. 다른 사람과는 다르다. 그대 두 사람은 어찌하여 복숭아를 내놓지 않는가?"
이렇게 말하면서 칼을 빼어 들고 일어섰다. 그러자 공손접, 전개강이 말했다.
"나의 용기는 그대만 못하다. 공 또한 그대에 미치지 못한다. 복숭아를 취해 양보하지 않는 것은 탐욕이다. 그러면서도 죽지 않는다면 이야말로 용기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는 모두 복숭아를 내놓은 채 목을 끊고 죽어 버렸다.
이에 고야자가 말했다.
"두 사람이 죽었는데, 나 혼자 살아 있는 것은 어질지 못한 일이다. 남에게 말로써 부끄러움을 주고 소리로 자랑하였으니, 이는 의(義)가 아니다. 행동에 후회를 하면서 죽지 않는다면 이야말로 용기가 없는 것이다. 비록 그렇더라도 두 사람이 하나를 나누어 먹고, 나는 하나를 다 먹으면 될 일이었는데!"
이렇게 말하고는 역시 복숭아를 내놓고 목을 끊어 죽어 버렸다. 이를 지켜본 사자(使者)가 "이미 다들 죽어 버렸습니다." 라고 보고하자, 경공이 이들에게 상복을 갖추어 염을 하고, 선비의 예에 맞추어 장례를 치러 주었다.」 -옮긴 글-
이들은 각기 대왕을 위급으로부터 구한 공로로 대왕으로부터 높은 벼슬과 총애를 받았는데, 그 총애를 믿고 안하무인(眼下無人)으로 오만방자(傲慢放恣)하여 제거의 대상이 되었던 것입니다. 이 고사(故事)를 일러 '이도살삼사(二桃殺三士)'라 합니다.
왕의 총애가 높아지면 총애 받는 이는 교만하기 쉽습니다. 교만하고 오만방자해지면 이에 비례하여 다른 이의 항거심(抗拒心)이 높아지게 마련입니다. 여기에 나오는 공손접(公孫接)은 공손첩(公孫捷)이라 하기도 하고, 전개강(田開疆)은 전개강(田開彊)이라 하기도 하고 고야자(古冶子)는 고치자(古治子)라 하기도 합니다. 내용도 조금씩 서로 다르게 나와 있기도 합니다만 문제는 총애를 믿고 교만하면 반드시 이에 항거심(抗拒心)이 높아진다는 사실입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옛날 하(夏)나라의 걸왕(桀王)은 미인 말희(妺喜)를 사랑하다 나라를 망쳤고, 은(殷)나라의 주왕(紂王)은 달기(妲己)를 사랑하다 망쳤으며, 주(周)나라 유왕(幽王)은 포사(褒姒)를 사랑하다 주나라를 망치기도 했는데, 이들 미인은 총애를 믿고 교만이 하늘을 찔렀습니다. 이는 모두 포악하거나 어리석은 군주와 환상의 짝을 이뤄 환난을 자초하여 비참한 최후를 맞았던 것입니다.
이런 예는 부지기수로 많습니다. 당현종(唐玄宗)의 총애를 받았던 중국 4대미인의 한 사람인 경국지색(傾國之色) 해어화(解語花) 양귀비(楊貴妃)와 방자했던 사촌오빠 양국충(楊國忠)은 어떻게 되었는가? 그들의 말로는 안록산(安祿山)의 난으로 허망하게 끝나버렸습니다.
우리나라의 예도 무수하지요. 연산군(燕山君)의 총애를 받았던 장록수(張綠水), 문정왕후(文定王后)의 총애를 받았던 정난정(鄭蘭貞), 숙종(肅宗)의 총애를 받았던 장희빈(張禧嬪) 등 총애를 받은 사람치고 교만에 이르러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으니 총애를 받으면 자신을 낮추고 자신을 살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세력을 업고 실력행사를 하다가 자신을 망치고 말았던 것입니다.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지금의 시국은 탄핵정국으로 수 백만 촛불의 민심이 세상을 밝히고 있는 상황입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발단은 국민의 선택을 받은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이 최순실(崔順實)을 총애하여 벌어진 일입니다.
어리석고 용렬한 자와 야심이 있는 자가 만나면 더욱 교만하고 방자해져 세상은 어지럽게 되는 법입니다. 예로부터 임금이 어리석고 용렬하면 세상의 도가 무너져 어지럽게 된다 하여 혼용무도(昏庸無道)를 경계하였습니다. 중요한 정책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러면 안 된다고 외쳤지만 오만(傲慢)과 불통(不通)으로 이를 외면하여 오늘의 사태를 맞이하고 말았습니다.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래의 사자성어는 군주민수(君舟民水)라 합니다. 천자문에서 '항극(抗極)'의 용어에 어울리는 말입니다. 이 글의 출전은 《순자(荀子)》인데 『왕제편(王制篇)』 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습니다.
「傳曰 君者舟也 庶人者水也 水則載舟 水則覆舟
전왈 군자주야 서인자수야 수즉재주 수즉복주
전해오는 말에 이르기를, "임금은 배이고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뜨게도 하기도 하고, 물은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
비유하자면 임금은 배이고 백성은 물인데 물이 잔잔하면 순항할 수 있지만 물이 사나워지면 배를 전복시킬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즉 위정자가 백성을 위한 정치를 잘 실행하면 순조롭게 정사를 볼 수 있지만, 민심을 떠난 불통의 정치를 하여 국민이 화가 나서 원성이 높아지면 정권이 무너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군주민수(君舟民水)는 이런 뜻을 담고 있어 현시국의 난맥상(亂脈相)을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열반경(涅槃經)》에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먼저 악을 저질렀다 해도 뒤에 고백하며, 뉘우치고 나서는 부끄러워하여 다시 rm런 악을 저지르지 말도록 할 일이다. 탁한 물에 마니주(摩尼珠)를 놓으면 마니 주의 힘으로 인해 물은 곧 맑아지고, 또 안개나 그름이 걷히면 달은 곧 청명해지거니와, 악을 짓고도 능히 참회하는 경우에는 역시 이와 같은 것이다."
누구나 실수를 하고 잘못을 범할 수 있습니다. 잘못을 범했다면 참회하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자신의 잘못을 고칠 수 있습니다.
《잡아함경(雜阿含經》『자념경(自念經)』에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만일 자기를 사랑하는 이라면 자기를 스스로 보존하기를 나라를 잘 보호하는 임금이 안팎으로 국경의 성 막듯이 하리라. 이렇게 스스로를 보배로이 보호해 잠시라도 빈 틈이 없게 하라 잠시라도 틈이 있으면 근심이 생기고 나쁜 곳에서 길이 고통받으리라."
우리는 이 천자문의 성궁기계(省躬譏誡) 총증항극(寵增抗極)을 통하여 자신의 몸가짐이 바르고 떳떳한가를 항상 살피고 교만한 마음을 버리고 겸손과 하심(下心)을 해야만 사랑하는 자신을 온전히 지킬 수 있음을 알고 이를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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