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兩疏見機 解組誰逼
疏廣과 疏受는 機會를 보아서,
인끈을 풀고 돌아가니 누가 핍박하리요.
【本文】 兩疏見機 解組誰逼 양소견기 해조수핍
양소(兩疏)라고 불리는 소광(疏廣) 소수(疏受) 기회(機會) 보아
인끈을 풀었으니 그 누가 핍박(逼迫)하랴.
【訓音】
兩 두 량 疏 트일 소 見 볼 견 機 틀 기
解 풀 해 組 인끈 조 誰 누구 수 逼 핍박할 핍
【解說】
지난 시간에는 욕됨에 이르면 수치(羞恥)가 눈 앞에 가까워진다는 태욕근치(殆辱近恥)와 그에 상응하여 취할 수 있는 처세인 산수간(山水間)에 나아감이 바람직한 일이라는 임고행즉(林皐行卽)에 대하여 공부하였습니다. 이번 시간에도 이와 맥락을 같이하는 양소견기 해조수핍(兩疏見機 解組誰逼)에 대하여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양소견기 해조수핍(兩疏見機 解組誰逼)
양소(兩疏)라고 불리는 소광(疏廣) 소수(疏受) 기회(機會) 보아
인끈을 풀었으니 그 누가 핍박(逼迫)하랴.
우선 글자의 자원(字源)부터 알아보고 그 뜻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양(兩)은 상형자(象形字)로, 저울의 두 개의 추를 상형한 글자입니다. 여기서 두 개의 추를 상형했기에 '둘'의 뜻을 나타냅니다. 또, 가차(假借)하여, 무게의 단위로도 쓰입니다. 량(兩). 량(両)은 속자(俗字).
소(疏)는 류(㐬) + 소(疋)의 형성자(形聲字)로, '류(㐬)'는 '흐르다'의 뜻이고, '소(疋)'는 '발'의 뜻입니다. 발처럼 두 갈래로 갈려서 흐름이 통하다의 뜻에서, '통하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파생하여 공간이 트여서 거리가 멀어지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그래서 소(疏)는 '트일 소, 멀 소, 멀어질 소, 성글 소'로 새겨집니다. (※ 류(㐬)는 깃발 류. 旒와 동자. '疋'은 '발 소, 짝 필'.)
견(見)은 목(目) + 인(儿)의 회의자(會意字)로, 사람 위에 큰 눈을 얹어, 무엇을 명확히 보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기(機)는 목(木) + 기(幾)의 형성자(形聲字)로, '기(幾)'는 '세밀함'의 뜻입니다. 세밀한 장치가 되어 있는 기구(器具)의 뜻을 나타냅니다. '기계, 베틀, 기틀, 기교, 시기, 기회' 등의 뜻을 나타냅니다.
해(解)는 도(刀) + 우(牛) + 각(角)의 회의자(會意字)로, 칼로 소를 찢어 가르다의 뜻에서, '해체하다, 풀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갑골문(甲骨文)은 쇠뿔에 두 손을 걸치는 모양으로 만들었습니다.
조(組)는 사(糸) + 조(且)의 형성자(形聲字)로, '조(且)'는 수북이 쌓아 올린 제물(祭物)의 상형(象形)입니다. 따라서 조(組)는 실을 겹쳐 포개다, 끈을 엮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그래서 조(組)는 '짤 조', 또 물건을 묶는 끈, 갓ㆍ인장 등에 매는 끈을 말합니다. 그래서 '인끈 조'라고도 합니다.
(※ '糸'는 '실 사, 가는 실 멱', '且'는 또 차, 머뭇거릴 저, 도마 조')
수(誰)는 언(言) + 추(隹)의 형성자(形聲字)로, '추(隹)'는 누구냐고 물을 때의 목소리의 뜻입니다. 그래서 '누구냐고 묻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핍(逼)은 착(辶.辵) + 복(畐)의 형성자(形聲字)로, '박(迫)'과 거의 같은 뜻으로, '닥치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낱낱의 글자를 살펴보았으니 문장 양소견기 해조수핍(兩疏見機 解組誰逼)의 뜻을 알아볼 차례입니다. 그 뜻은 '양소(兩疏)라고 불리는 소광(疏廣)과 소수(疏受)는 기회(機會) 보아 인끈을 풀었으니 그 누가 핍박(逼迫)하랴.' 라는 뜻인데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양소견기(兩疏見機)는 '양소(兩疏)가 기회(機會)를 보다' 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양소(兩疏)란 두 소씨(疏氏)를 말하는데 이소(二疏)라고도 합니다. 그들은 한(漢)나라 때의 인물인 소광(疏廣)과 소수(疏受)를 말합니다. 그런데 소수(疏受)는 소광(疏廣)의 조카로 이들의 관계는 숙질(叔姪) 사이입니다.
견기(見機)는 '기회(機會)를 보다' 또는 '기미(機微)를 보다'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양소견기(兩疏見機)는 양소(兩疏)라고 불리는 소광(疏廣)과 소수(疏受)는 기회(機會)를 보았다는 뜻입니다. 무슨 기회를 보았다는 것인가 하면 물러날 때를 살폈다는 뜻입니다. 기미(機微)를 살피고 기회(機會)를 보아 사직(辭職)할 마음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해조수핍(解組誰逼)에서 해조(解組)는 '인끈을 푼다'라는 뜻입니다. 해조(解組)에서 해(解)는 '풀다'라는 뜻이고, 조(組)는 인끈을 뜻합니다. 인끈이란 인수(印綬)라고도 하는데 인꼭지에 꿴 끈을 말합니다. 옛날 중국에서는 관리를 임명할 때, 조정에서 관명(官名)을 조각한 도장인 관인(官印)을 하사했습니다. 벼슬을 받은 사람은 이 관인(官印)에 인끈을 꿰어 허리에 차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인끈을 풀었다는 의미는 벼슬길에 물러남을 말합니다. 사직(辭職)할 때는 인끈을 풀고 인을 반납해야 합니다. 그리고 해조(解組)의 반대는 결수(結綬)라 하는데 이는 벼슬에 오름을 뜻합니다.
수핍(誰逼)에서 수(誰)는 '누구 수'이고 핍(逼)은 '핍박할 핍'이니 '누가 핍박하겠는가'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해조수핍(解組誰逼)은 '인끈을 풀었으니 그 누가 핍박하겠는가?'라는 뜻입니다.
양소견기 해조수핍(兩疏見機 解組誰逼)은 한(漢)나라 때의 현인(賢人)인 양소(兩疏) 즉 소광(疏廣)과 소수(疏受)는 기미(機微)를 알아차리고 기회(機會)를 보아 벼슬길에서 물러났는데 누가 그들에 대해 왈가왈부하며 핍박하겠는가 라는 뜻입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양소(兩疏), 즉 소광(疏廣)과 소수(疏受)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하여 《한서(漢書)》의 『소광전(疏廣傳)』에 실려 있어 전하고 있습니다. 또한 초당(初唐)의 문인 이한(李瀚)이 엮은 《몽구(蒙求)》에도 실려 있는데 《한서(漢書)》의 『소광전(疏廣傳)』내용을 간추려 『이소산금(二疏散金)』이란 제목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이소산금(二疏散金)』편의 고사(故事)를 소개해 볼까 합니다. 여기서 이소(二疏)는 곧 양소(兩疏)를 말합니다. 이소산금(二疏散金)이란 '두 소씨(疏氏)가 황금을 흩뿌리다' 라는 뜻인데 이는 곧 두 소씨가 돈을 마구 썼다는 뜻입니다. 왜 마구 썼을까요? 내용을 보겠습니다.
『이소산금(二疏散金)』 - 두 소씨(疏氏)가 돈을 마구 쓰다-
「전한(前漢)의 소광(疏廣)은 자(字)를 중옹(仲翁)이라 하며, 동해(東海) 난릉현(蘭陵縣) 사람이다. 형의 아들인 조카 소수(疏受)는 자를 공자(公子)라 하였다.
선제(宣帝 재위 BC 74~BC 49) 때 소광(疏廣)은 태자태부(太子太傅)가 되고 소수(疏受)는 소부(少傅)가 되어 태자가 매일 아침 조정에 나갈 때마다 태자를 따라 들어가서 천자를 알현하였다. 그때 태부는 태자의 앞에 서고 소부는 그 뒤에 있었다. 숙부와 조카가 나란히 태자의 스승이 된 것을 조정에서는 영화롭게 여겼다.
뒷날 소광(疏廣)이 소수(疏受)에게 일러 말하였다.
"내가 들으니 족한 것을 알면 욕되지 않고 그칠 줄을 알면 위태롭지 않다고 했으니 공(功)이 이루어지면 물러나는 것은 하늘의 도리이다.
어찌 어찌 고향으로 돌아가 노후를 보내며 천수를 다 하는 것만 하겠느냐?
(吾聞知足不辱, 知止不殆. 功遂身退天之道也. 豈如歸老故鄕, 以壽命終)"
숙질(叔姪)이 드디어 사직할 것을 청하니 선제(宣帝)는 이를 윤허(允許)하였다. 이에 상(上)께서는 황금 20근을 하사하고 태자는 황금 50근을 주었으며, 공경대부(公卿大夫)와 친구와 고향 사람들이 조도(祖道. 餞別宴. 원래는 길 떠나는 사람을 위해서 지내는 제사이지만 떠나는 살람을 위한 잔치로로 씀.)를 베풀어 동도(東都)의 문밖에 차려놓으니 보내는 사람의 수레가 수백 량에 달했다. 이윽고 향리로 돌아오자 날마다 술과 음식을 갖추어 친지들과 친구들 손님들을 청하여 서로 즐기는데 오로지 하사받은 황금을 팔아서 비용을 충당하였다. 이에 어떤 사람이 (그렇게 돈을 다 써 버릴 것이 아니라 하사받은) 금으로 전답과 집을 사 두라고 권하였다. 그러자 소광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생각건대 옛날의 전답과 집이 그대로 있으니 자손들로 하여금 그 속에서 부지런히 일하게 한다면 족히 의식(衣食)은 이바지할 것이네. 이 금은 성주(聖主)께서 늙은 신하에게 은혜로 베푸신 것이므로 즐겁게 향당(鄕黨)의 종족(宗族)들과 함께 그 주신 것을 먹으면서 이로써 남은 날을 다하려는 것일세."
이 말을 듣고 일가 사람들은 마음으로 기뻐하며 감복(感服)하였다. 소광과 소수 두 사람은 모두 천명(天命)을 다하고 여생(餘生)을 마쳤다.」
위의 고사에서 소광이 하사받은 황금을 소비한 데에 대한 진짜 이유는 생략된 감이 있어서 『소광전(疏廣傳)』을 참조해 기술해 봅니다.
집안에 내려온 전답과 집이 있어 부지런히 일하면 보통의 생활수준은 누릴 수 있는데 여기에 재물을 더하면 자손들에게 게으름을 가르치는 결과가 될 수도 있고, 현명한 사람이 재물을 많이 가지면 그 뜻이 손상되고, 어리석은 사람이 재물을 많이 가지면 그 과오가 더욱 많아지기 마련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부자는 뭇사람들의 원한의 대상이 되기 마련이니 자손들의 죄를 더하고 원한을 사게 하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아서 하사 받은 돈을 일가 친척이나 친구들과 손님들에게 모두 베풀었던 것이니 누가 이 사람에게 핍박을 가할 수 있겠습니까?
벼슬이 높이 올라가면 당사자는 교만해지기 쉽고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시샘하기 쉬워서 어떤 빌미를 제공하면 지위가 위태로워질 수 있습니다. 현명한 자는 자신의 역량을 알지만 어리석은 자는 주제를 파악하지 못하여 탐욕에 힘쓰게 됩니다. 만족함을 알아서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사람들로부터 치욕을 받을 일이 없고 총애를 받아 지위가 높아짐에 자기가 감당할 직분을 알아서 그칠 줄 알면 지위가 위태롭게 되지 않는 것이니 삼가 처신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치욕과 칭송의 경계를 오가게 되는 것입니다.
그 동안 소위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朴槿惠 崔順實 國政壟斷)사태'로 인해 대통령이 탄핵심판(彈劾審判)을 받아오다가 드디어 탄핵이 인용(認容)되어 대통령직에서 파면(罷免)되었습니다. 지족불욕(知足不辱)과 지지불태(知止不殆)의 경구(警句)를 항상 명심하고 자신의 과오(過誤)를 알고 민심의 기미(機微)를 알아차리고 물러날 기회(機會)를 알아 스스로 국새(國璽)를 내놓고 내려왔다라면 이 같은 불행과 불명예를 안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시 한번 현자(賢者)인 양소(兩疏)의 지혜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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