千字文 工夫

97. 陳根委翳 落葉飄颻

bindol 2020. 11. 14. 18:14

97. 陳根委翳 落葉飄颻

 

本文陳根委翳 落葉飄颻 진근위예 낙엽표요

해묵은 나무뿌리 버려져 넘어졌고 나뭇잎은 떨어져서 바람에 흩날린다.

訓音

묵을 진 뿌리 근 버릴 위 말라죽을 예

떨어질 락 잎 엽 날릴 표 날릴 요

 

解說

지난 장에서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은일(隱逸)의 삶 속에서 느껴지는 사시사철 가운데 가을과 겨울의 풍경을 들어, 가을을 알리는 오동나무와 겨울에도 푸른 빛을 띠고 있는 비파나무에 대하여 묘사했는데 이번에는 늦가을의 낙엽지는 모습과 겨울의 황량한 풍경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陳根委翳 落葉飄颻 (진근위예 낙엽표요)

해묵은 나무뿌리 버려져 넘어졌고 나뭇잎은 떨어져서 바람에 흩날린다.

우선 글자의 자원(字源)부터 알아보고 그 뜻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은 금문(金文)은 복() + ()의 형성자(形聲字), '()'은 또 부(阝?) + ()의 회의자(會意字), '()'은 주머니를 막대에 맨 상형(象形)입니다. 그것을 쳐서 넓게 늘여 펴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가 있는 것으로도 알 수 있듯이 본래 땅 이름을 나타내었으나,'펴서 넓히다, 늘어놓아 묵히다'의 뜻도 나타냅니다.

()은 목() + (. ?)의 형성자(形聲字), '(?)''머묾'의 뜻입니다. 식물(植物)을 지상(地上)에 고정시키는 부분, '뿌리'의 뜻을 나타냅니다.

()는 녀() + ()의 회의자(會意字), '()'는 이삭 끝이 보드랍게 처져 숙인 벼의 형상을 본뜬 글자입니다. 이 화()가 녀()와 합쳐 나긋나긋한 여성(女性)의 뜻을 나타냅니다. 파생(派生)하여, '순종하다, 맡기다' 등의 뜻을 나타냅니다.

()는 우() + ()의 형성자(形聲字), '()''덮어 가리다'의 뜻입니다. 깃으로 꾸민 수레의 일산(日傘)의 뜻을 나타내고, '덮다, 흐리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은 초() + ()의 형성자(形聲字), '()''()'과 통하여, '이르다'의 뜻입니다. 초목의 잎이 '땅 위에 이르다. 떨어지다' 뜻을 나타냅니다.

()은 초() + ()의 형성자(形聲字), '()'은 금문(金文)에서 '나뭇잎'을 상형(象形)하였고, 후에 초()를 덧붙여 '나뭇잎'을 나타냈습니다.

()는 풍() + (. ?)의 형성자(形聲字), '(?)''불똥이 날아오르다'의 뜻입니다. 그래서 표()는 날아오르는 바람, '회오리바람'의 뜻을 나타냅니다.

()는 풍() + ()의 형성자(形聲字), '()''흔들리다'의 뜻입니다. 그래서 요()'바람에 흔들리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여기서는 '바람에 휘날리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진근위예(陳根委翳)는 해묵은 나무뿌리가 버려져 넘어졌다는 뜻입니다.

진근(陳根)에서 진()은 진고야(陳故也)라 했으니 '묵었다'는 뜻이고, ()은 목주야(木株也)라 했으니, '나무뿌리' 혹은 '나무줄기'를 말합니다. 따라서 진근(陳根)'묵은 뿌리'를 말합니다. 그런데 진근(陳根)'묵은 풀'을 뜻하는 '숙초(宿草)'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위예(委翳)에서 위()'맡길 위, 버릴 위, 시들 위' 등으로 쓰여지고, ()'가릴 예, 흐릴 예, 숨을 예, 말라 죽을 예' 등으로 쓰였집니다. 따라서 위예(委翳)'버려져 넘어지다, 말라 시들다, 저절로 마르도록 버려지다' 등으로 새겨집니다.

그래서 진근위예(陳根委翳)를 종합해보면 해묵은 나무뿌리와 말라 죽은 나무들이 쓰러져 버려지고 넘어진 채 있는 모습을 묘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진근(陳根)'묵은 풀'을 뜻하는 '숙초(宿草)'로 본다면 '묵은 풀은 마르고 시들었다'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낙엽표요(落葉飄颻)는 나뭇잎은 떨어져서 바람에 흩날린다는 뜻입니다.

낙엽(落葉)'떨어진 나뭇잎, 나뭇잎이 떨어지다'의 뜻입니다.

표요(飄颻)에서 표()'회오리바람 표, 질풍 표, 빠를 표, 나부낄 표'이고, ()'날아오를 요, 바람에 흔들릴 요'입니다. 따라서 표요(飄颻)'휘날리다, 바람에 나부끼다, 바람에 흩날리다, 바람에 나뒹군다' 등으로 해석됩니다.

이를 종합해 보면 낙엽표요(落葉飄颻)는 나뭇잎은 떨어져 바람에 흩날린다, 또는 휘날린다, 혹은 나뒹군다 등으로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진근위예(陳根委翳) 낙엽표요(落葉飄颻)는 늦가을의 풍경을 그리고 있음을 봅니다. 이 글에서는 무상(無常)함과 적료(寂廖)함이 묻어납니다.

여름에 무성했던 초목은 늦가을에 서리를 맞으면 풀은 말라 시들고 나무는 잎을 떨구게 됩니다. 여기에 싸늘한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풀풀 떨어져 흩날리고 나뒹굴게 되면 쓸쓸한 감회가 일게 마련입니다. 또한 해묵은 나무뿌리나 나무등걸이 쓰러져 버려진 채 있는 모습을 보면 감정은 더욱 더 고조될 것입니다.

중국 남북조시대의 진()나라의 문인인 반악(潘岳)추흥부(秋興賦)에 이런 구절을 볼 수 있습니다.

여름의 무성했던 잎이 가을에 떨어진 것이 슬프도다.(嗟夏茂而秋落)

한 여름 무성했던 잎이 가을이 깊어지자 잎이 우수수 떨어지면 감정이 스산해질 것입니다. 한 때 부귀영화를 누리던 사람도 쇠운(衰運)을 만나면 추풍에 낙엽지듯 쇠락(衰落)의 길로 접어들기도 하는 법이니 쓸쓸한 감회가 없을 수 없습니다. 누구나 세월의 흐름에 영고성쇠(榮枯盛衰)를 겪지 않을 수 없는 법입니다. 세상사가 이와 같음을 안다면 잘 나갈 때 겸손할 줄 알고 베풀 줄 알아야 할 것입니다.

, 나이가 황혼에 이르러 이 낙엽을 본다면 덧없는 인생살이가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또한 수행자라면 '하나라도 젊었을 때 왜 도를 열심히 닦지 못했을까?' 하는 회한에 젖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조선조 중기 부휴 선수(浮休善修. 1543~1615) 선사의 선시(禪詩)를 한 수 감상하며 이 글을 마칠까 합니다.

산중한영(山中閑詠)

掃地焚香晝掩關 소지분향주엄관

此身孤寂此心閑 차신고적차심한

秋風葉落山窓下 추풍엽락산창하

無事常將古敎看 무사상장고교간

마당 쓸고 향 피우고 낮에도 문을 닫아

이 몸은 호젓해도 마음은 한가롭네.

갈바람에 산창 아래 나뭇잎 떨어지니

일 없이 언제나 옛 가르침 살펴보리.

산사의 일 없는 선승(禪僧)의 하루 일과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아침에 마당을 쓸고 법당에 들어 향을 사르며 예불로 하루 일과를 시작합니다. 일 없는 선승이란 해야 할 일을 마쳐서 할 일이 없는 선승을 말합니다. 생사일대사(生事一大事)를 해결하여 할 일이 사라졌으니 마당 쓸고 향 피우는 일상이 무위(無爲)로 여법하게 행해지고 있습니다.

깊은 산속의 산사는 한낮이 되어도 아무도 찾는 이가 없으니 사립문이 닫친 그대로 고요하기만 합니다.

계곡의 물소리, 숲의 바람소리, 풀벌레 새소리로 기쁜 마음의 벗으로 살아가는 선승은 산중 생활이 외롭고 적막하기는 하지만 마음에 번민이 없으니 한가롭기만 합니다.

갈바람에 산창(山窓) 아래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집니다. 갈바람에 떨어진 나뭇잎은자연으로 돌아가고 나무는 본래 모습을 보입니다. 번뇌망상이 떨어져 나가면 본성이 드라나는 법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상태에서 모두가 진리를 구현하고 있으니 일 없이 언제나 옛 가르침인 부처님 말씀이나 조사님의 말씀을 새기면서 지내겠노라 하는 노래입니다.

앞서 다룬 '거하적력(渠荷的歷) 원망추조(園莽抽條)'에서는 봄풀이 벋어가는 희망과 여름의 아름답고 깨끗한 연꽃을 들어 봄과 여름의 풍경을 묘사하였고, '비파만취(枇杷晩翠) 오동조조(梧桐早凋)'에서는 가을을 알리는 오동과 겨울에도 꿋꿋히 푸르게 사는 비파의 만취(晩翠)의 기상을 묘사하였고, 이제 '진근위예(陳根委翳) 낙엽표요(落葉飄颻)'에 이르러 늦가을과 겨울의 덧없음과 황량한 풍경을 묘사하였습니다.

일체법(一切法)은 무상한 법이니, 계절에는 춘하추동(春夏秋冬)이 있고, 일체법은 생주이멸(生住異滅)하며, 생명은 생로병사(生老病死)하고 우주는 성주괴공(成住壞空)하여 한 순간도 그대로 머무는 법이 없습니다.

낙엽을 보고 쓸쓸함에 빠지기보다는 그 무상함을 깨달아 드러나지 않았던 본 모습을 바라본다면 낙엽의 진정한 의미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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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陳根委翳 落葉飄颻

 

묵을 진 뿌리 근 맡길 위 가릴 예

陳根委翳(진근위예) : 해묵은 나무뿌리는 말라 시들고,

떨어질 락 잎사귀 엽 나부낄 표 나부낄 요

落葉飄颻(낙엽표요) : 낙엽은 바람에 이리저리 흩날린다.

 

97. 陳根委翳 落葉飄颻(진근위예 낙엽표요)

: 묵은 뿌리는 말라 시들고, 낙엽은 바람에 흩날린다.

()'묵었다'는 뜻이고, ()'나무뿌리'를 뜻하니, 진근(陳根)'묵은 나무뿌리'를 말합니다.

()'맡길 위', '시들 위'로 쓰이며, ()'흐릴 예', '말라 죽을 예'로 쓰이니, 위예(委翳)'말라 시들다'를 말합니다.

진근위예(陳根委翳)"묵은 나무뿌리는 말라 시들었고, 넘어진 나무들이 쓰러져 있다"는 풍경을 묘사한 걸로 보입니다.

낙엽(落葉)'떨어진 나뭇잎', '나뭇잎이 떨어지다'의 뜻이고,

표요(飄颻)'바람에 흩날리다', '바람에 나뒹군다'를 뜻합니다.

낙엽표요(落葉飄颻)"낙엽이 떨어져 바람에 흩날린다" 혹은 "낙엽이 바람에 나뒹군다"는 표현입니다.

여름에 무성함을 자랑했던 초목은 늦가을에 서리를 맞으면 낙엽이 되어 떨어지는바, 해묵은 나무뿌리나 나무등걸이 쓰러져 있는 풍경을 보면 적막한 느낌이 듭니다.

이전 편의 '연꽃과 잡초'는 봄과 여름의 풍경을 그렸고, '비파나무와 오동나무'는 겨울과 초가을의 모습을 그렸는데, 이번 편의 '묵은 나무뿌리와 흩날리는 낙엽'은 늦가을의 풍경을 그리고 있는바, 천자문 저자가 흩날리는 낙엽을 보면서 인생의 무상함을 느낀 구절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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