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易輶攸畏 屬耳垣墻
【本文】
易輶攸畏 屬耳垣墻 이유유외 속이원장
말을 쉽고 가볍게 함 두려워할 바이니
담장에도 귀가 붙어 있음을 알지로다.
【訓音】
易 쉬울 이 輶 가벼울 유 攸 바 유 畏 두려울 외
屬 붙을 속 耳 귀 이 垣 담 원 墻 담 장
【解說】
이유유외(易輶攸畏) 말을 쉽고 가볍게 함 두려워할 바이니
속이원장(屬耳垣墻) 담장에도 귀가 붙어 있음 알지로다.
우선 글자의 자원(字源)부터 알아보고 그 뜻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이ㆍ역(易)는 도마뱀을 본뜬 글자로, 광선의 형편에 따라 그 빛깔이 변화해서 보이므로, '바뀌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또, 가차(假借)하여 '쉽다'의 뜻도 나타냅니다.
유(輶)는 거(車) + 추(酋)의 형성자(形聲字)로, 본뜻은 '가벼운 수레'로 나중에 '가볍다'는 뜻으로 바뀌었습니다.
유(攸)는 인(人) + 복(攵. 攴) + 곤(丨. 水)의 회의자(會意字)로, '복(攵. 攴)'은 손으로 가볍게 두드리다의 뜻이고, 곤(丨. 水)은 물의 상형(象形)의 생략형으로, 사람의 등에 물을 끼얹어 손으로 씻는 모양에서, '깨끗이 씻다'의 뜻이나, 길게 줄기를 이루어 흐르는 물의 뜻을 나타냅니다. 척(滌)의 원자(原字). 가차(假借)하여 조자(助字)로 쓰였습니다.
외(畏)는 갑골문(甲骨文)ㆍ금문(金文)은 귀(鬼) + 복(卜)의 회의자(會意字)로, '귀(鬼)'는 보통과 다른 것의 상형(象形)이고, '복(卜)'은 채찍의 상형(象形)입니다. 요상한 것이 채찍을 들고 있는 모양에서, '두려워하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설문(說文)》에서는, 불ㆍ비(甶) + 호(虎)의 회의자(會意字)로, '불ㆍ비(甶)'는 귀신머리의 상형(象形)이고, '호(虎)'는 '호랑이'의 뜻입니다. 그래서 '두렵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속ㆍ촉(屬)은 미(尾) + 촉(蜀)의 형성자(形聲字)로, '촉(蜀)'은 '계속되다'의 뜻이고, '미(尾)'는 '꽁무니'를 뜻합니다. 꽁무니[尾] 뒤이 이어지다[蜀]의 뜻에서, '연속해 있음'의 뜻을 나타냅니다. '잇다', '붙다'의 뜻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耳)는 상형자(象形字)로, 사람의 귀 모양을 본떠, '귀'의 뜻을 나타냅니다.
원(垣)은 토(土) + 환ㆍ선(亘)의 형성자(形聲字)로, '환ㆍ선(亘)'은 주위에 담을 두른 모양을 본떠, '두르다'의 뜻입니다. 성(城)에 두른 담의 뜻을 나타냅니다.
장(墻)은 장(牆)의 속자(俗字)로 장(牆)은 장(嗇) + 장(爿)의 형성자(形聲字)로, '장(嗇)'은 '창(倉)'과 통하여, '간수하다'의 뜻입니다. 물건을 덮어 숨기고 간수하기 위한 '토담'의 뜻을 나타냅니다.
이유유외(易輶攸畏)에서 이(易)는 '쉬울 이'입니다. 바꿀 역(易)이기도 합니다. 유(輶)는 '가벼울 유'로 '가벼울 경(輕)'과 같은 뜻입니다. 유(攸)는 '바 유'이고, 외(畏)는 '두려워할 외'입니다.
여기서 이(易)는 간이(簡易)의 뜻입니다. 즉 간단하고 쉬움의 뜻이니 '가벼움'을 뜻합니다. 유(輶)는 유경야(輶輕也)라 했으니 '가볍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유(易輶)는 '쉽고 가볍다, 가볍고 가볍다'는 뜻입니다. 언행(言行)을 쉽고 가볍게 하거나 행동거지(行動擧止)를 경거망동(輕擧妄動)하는 것을 말합니다. 유외(攸畏)는 '두려워할 바'라는 뜻입니다. 삼가고 경계해야 할 사항이라는 말입니다.
따라서 이유유외(易輶攸畏)는 어떤 일에 말을 쉽고 가볍게 하거나 매사에 신중하지 못하고 소솔히 다루거나 경솔하게 처리하여 경거망동는 것은 군자(君子)가 두려워할 바라는 뜻입니다. 비단 군자만이 아니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삼가고 경계할 일입니다.
속이원장(屬耳垣墻)에서 속(屬)은 '붙을 속, 이을 속(촉), 무리 속, 엮을 속, 좇을 속, 부탁할 촉, 조심할 촉'이라고 합니다. 여기서는 '붙을 속'으로 쓰였습니다. 이(耳)는 '귀'를 말하고, 원(垣)은 '낮은 담'을 말합니다. 장(墻)은 '장(牆)'의 속자(俗字)로 '토담'을 말합니다.
속이(屬耳)는 '귀를 붙인다'는 뜻이고, 원장(垣墻)은 '담장'을 말합니다.
이를 종합하여 속이원장(屬耳垣墻)을 풀어 보면 담장에도 귀가 붙어 있다는 말입니다. 담장에도 귀가 붙어 있다는 말은 담에도 듣는 귀가 있으니 말조심을 하라는 경구(警句)입니다. 속이원장(屬耳垣墻)과 같은 말로 '원유이(垣有耳)', '장유이(牆有耳)'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담에도 귀가 있다는 말로, 아무리 비밀히 나눈 이야기도 새어 나가기 쉽다는 말입니다. 우리 속담에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도 하죠. 그러니 누가 보지 않는다고 말을 함부로 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쉬운 법입니다.
이유유외(易輶攸畏)와 속이원장(屬耳垣墻)은 어떤 일을 도모함에 있어서 누가 보지 않는다고 신중함이 없이 소홀히 생각하여 경솔하게 말하거나 함부로 말하는 것은 군자로서 크게 두려워할 바이니 담장에도 귀가 붙어 있음을 알라는 경구(警句)라 할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떤 이가 용(龍)을 잡아 삶아서 먹고자 삶았으나 익지 않아서 담벼락 밑에 버려 두었습니다. 어느 날 구미(九尾)가 용이 있는 곳으로 와서 용과 서로 이야기를 하는데 용이 말하기를 "나를 삶는 법을 알지 못한다." 하니 구미가 말하기를 "어떻게 하는데?" 하고 물으니 용이 "뽕나무 섶으로 삶으면 익혀진다." 하였습니다. 그러자 구미가 용에게 "담벼락에도 귀가 붙어 있으니 반드시 말을 삼가야 할 것이다(屬耳垣墻必愼之)." 하고 떠나갔습니다. 과연 사람이 숨어서 듣고서 다시 뽕나무 섶으로 삶았더니 익었다는 이야깁니다. ^^ 누가 보지 않는다고 말을 함부로 했다가는 낭패를 보게 됩니다. 이렇게 듣는 귀가 있으니 삼가고 삼갈 일입니다.
《시경(詩經)》『소아(小雅)』「절남산지습(節南山之什)」<소반(小弁)>에 '담에도 귀가 있다'는 구절이 나와 일부를 올려 봅니다.
「우리 님은 헐뜯는 말 믿기를
술잔 돌리듯 즐겨하고
우리 님은 백성을 보살피기는커녕
자세히 보려고도 하지 않네.
나무를 베는 데도 먹줄을 치고,
장작을 패는 데도 결을 보거늘
죄 지은 자는 그냥 두고
내게만 가혹하게 대하네.
높지 않으면 산이 아니고
깊지 않으면 샘이 아닌데
님이여 쉽게 말을 내지 마오.
저 담에도 귀가 있다오.
君子信讒 如或醻之 君子不惠 不舒究之
군자신참 여혹수지 군자불혜 불서구지
伐木掎矣 析薪杝矣 舍彼有罪 予之佗矣
벌목기의 석신치의 사피유죄 여지타의
莫高匪山 莫浚匪泉 君子無易由言 耳屬于垣
막고비산 막준비천 군자무이유언 이속우원」
이 시는 참소로 인해 버림받은 자식이 자신의 억울함과 괴로운 심정을 읊은 것입니다. 《모시정의(毛詩正義)》에 의하면 유왕(幽王)은 처음에 신(申)나라 여인을 비(妃)로 맞이하여 태자 선구(宣臼)를 낳았으나, 뒤에 포사(褒姒)를 총애하여 그녀에게서 백복(伯服)이라는 아들을 얻었습니다. 그후 유왕은 포사의 참언(讒言)에 따라 신후(申后)를 물리치고 태자 선구를 추방했는데, 이때 선구의 태자부(太子府)로 있던 사람이 이 시를 지어 태자의 심정을 읊었다고 합니다.
궁중에는 세력에 아부하는 소인배들이 많은 법입니다. 이 소인배들이 무슨 참언을 할지 모르는 일입니다. 세력을 가진 사람은 도처에 귀를 두고 있어 어떤 말이라도 새어 나가기 쉽습니다. 하여 경솔히 말을 쉽게 하였다가는 도처에 있는 듣는 귀에게 들어가면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는 일입니다. 담에도 귀가 있으니... 경계할 일입니다.
또《몽구(蒙求)》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지(四知)에 대한 이야깁니다.
사지(四知)란 천지(天知)ㆍ신지(神知)ㆍ아지(我知)ㆍ자지(子知)를 말합니다. 후한(後漢)의 양진(楊震)의 고사(故事)에서 나온 말인데, 이를 <진외사지(震畏四知)>라합니다. 또 이 고사(故事)를 <양진사지(楊震四知)>라고도 합니다. 이 이야기는 《후한서》에서 옮긴 이야깁니다.
진외사지(震畏四知) -양진(楊震)이 사지(四知)를 두려워하다-
「후한(後漢)의 양진(楊震)이 무재(茂才 : 秀才)에 뽑혔는데 네 번 벼슬을 옮겨 형주자사(荊州刺史)가 되었다. 동래태수(東萊太守)가 되어 그 고을로 가는데 창읍(昌邑)을 거치게 되었다. 그곳에는 지난 날 그가 형주자사로 있을 때 천거해 주어 무재(茂才)에 뽑힌 왕밀(王密)이 창읍현령(昌邑縣令)이 되어 있었다. 왕밀은 양진을 찾아보고 밤이 되자 금 10근을 가지고 와서 양진에게 주는 것이었다.
양진이 말했다.
"나는 그대를 잘 알거늘 그대는 나를 알지 못하니 무슨 까닭인가?"
(故人知君, 君不知故人何也)
왕밀이 말했다.
"한밤중이라 아는 자가 없습니다." (暮夜無知者)
이에 양진이 말했다.
"하늘이 알고, 귀신이 알고, 내가 알고, 그대가 아는데 어찌 아는 자가 없다고 하는가?(天知, 神知, 我知, 子知, 何謂無知)
그러자 왕밀이 부끄러워하면서 물러갔다.
그는 성질이 공정하고 청렴하여 사사로운 청을 받지 않았다. 자손들이 모두 거친 먹거리를 먹고 걸어다녔다
오랜 친구들이 혹 산업(産業)을 하게 했으나 양진은 즐겨 하지 않고 말했다.
"후세(後世)의 사람으로 하여금 그들은 청백리(淸白吏)의 자손이라고 칭하게 하여 이런 평판을 자손에게 물려 준다면 이보다 더 후한 유산이 어디 있겠는가?" (使後世稱爲淸白吏子孫, 以此遺之, 不亦厚乎) 하였다.
양진은 안제(安帝) 때 태위(太尉)가 되었으나 중상시(中常侍) 번풍(樊豊)의 참소로 마침내 졸(卒)했다.」
양진(楊震; 59년 ~ 124년)은 후한(後漢) 홍농(弘農) 화음(華陰) 사람으로 자는 백기(伯起)라 하였습니다. 집안이 가난하였으나 학문을 좋아하여 경전에 밝고 박람(博覽)해서 당시 여러 선비들이 말하기를 "관서의 공자 양백기(關西孔子楊伯起)"라 했다 합니다.
예문에서와 같이 어떤 일을 남몰래 비밀히 도모하거나 거래한다 하여도 하늘이 알고[天知], 귀신이 알고[神知], 내가 알고[我知], 상대방 안다[子知]는 사지(四知)는 속이원장(屬耳垣墻)과 통하여 소개해 보았습니다. 바른 도를 실천하여 바르게 살고자 하는 이는 말을 쉽고 가볍게 하는 것을 두려워하여[이유유외(易輶攸畏)] 누가 보든 안 보든 여럿이 있을 때나 혼자 있을 때에도 언행과 몸가짐을 신중히 하여 정심정행(正心正行)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불기자심(不欺自心)하라 했으니, 자기의 마음을 속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끝으로 《잡보장경(雜寶藏經)》의 부처님 말씀을 소개하고 이 글을 마칠까 합니다.
"무엇을 들었다고 쉽게 행동(行動)하지 말고,
그것이 사실(事實)인지 깊이 생각하여
이치(理致)가 명확(明確)할 때 과감(果敢)히 행동(行動)하라.
벙어리처럼 침묵(沈默)하고 임금처럼 말하며,
눈처럼 냉정(冷情)하고 불처럼 뜨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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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易輶攸畏 屬耳垣墻
: 쉽고 가벼운 것을 두려워해야 하니, 귀를 담장에 붙여 놓았기 때문이다.
시경(詩經)에 소반(小弁)이라는 시(詩)의 일부 내용이 아래와 같습니다.
● 莫高匪山 莫浚匪泉(막고비산 막준비천)-높지 않으면 산이 아니고, 깊지 않으면 샘이 아닌가?
● 君子無易由言 耳屬于垣(군자무역유언 이속우원)-군자는 말을 함부로 하지 않네. 담에도 귀가 있기 때문이네.
이 시(詩)는 주(周)나라의 폭군 유왕(幽王)이 태자 의구(宜臼)를 폐한 사건을 두고 지은 것이라고 전해옵니다.
유왕은 애첩인 포사에게 깊게 빠져 있었는데, 그녀가 낳은 아들인 백복(伯服)을 태자로 삼고자 했습니다.
결국 태자 의구(宜臼)는 외가인 신(申)나라로 피해 달아났습니다.
이에 유왕이 신나라를 정벌했고, 신나라가 유목민족인 견융(犬戎)을 끌어들여 대항하게 됩니다.
이로 말미암아 유왕은 견융의 침입을 받게 되고, 결국 살해되고 맙니다.
그러니까, 말을 쉽게 하고 행동을 가볍게 한 유왕(幽王)의 군자답지 못함이 견융족에게 참살당하는 사건을 초래한 것입니다.
그 후 왕위에 오른 평왕(平王)은 더 이상 도읍지인 호경(鎬京)을 지키지 못하고, 낙읍(洛邑)에 도읍지를 옮기게 됩니다.
이때부터 주(周)나라의 국력이 쇠약해져 더 이상 제후들을 통제할 수 없게 되었고, 서로 치고받는 난세가 펼쳐졌습니다.
이 모든 것은 유왕(幽王)의 군자답지 못한 처신으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이유유외(易輶攸畏) 속이원장(屬耳垣墻)' 구절은 관련 고사를 충분히 몰라도 잘 이해가 되었던 것으로 사료됩니다.
"말을 가볍게 하지 마라. 담장에도 귀가 붙어 있다!"
어쩐지 친숙한 느낌의 구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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