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열전

[이한우의 간신열전] [61] 백성들의 와언(訛言)

bindol 2020. 12. 9. 04:59

 

‘시경(詩經)’에 정월(正月)이라는 시가 있다. ‘정월에 서리가 자주 내리니 내 마음이 근심스럽고 백성들의 와언(訛言)이 실로 너무도 크도다.’ 이 시가 주나라 때 지어진 것인데 주나라 정월은 하나라 월력으로는 4월이다. 지금의 음력 4월과 같다. 그렇다면 만물이 한창 자라날 봄인데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다.

만물이 잘 성장해야 할 봄에 서리가 내린다는 것은 그 자체로 재이(災異)다. 그런데 백성들까지 와언(訛言), 즉 거짓되고 과장된 말을 일삼는다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특히 송나라 유학자 진덕수(眞德秀)는 와언을 이렇게 풀고 있다. “옳은 것을 그르다 하고 그른 것을 옳다고 하며 충성을 간사함으로 만들고 간사함을 충성으로 만드는 것, 이것이 와언이다.”

와언이 기승을 부리면 결국 군자와 소인의 자리가 바뀌고 그릇됨과 바름이 뒤섞여 자주 찾아오는 된서리는 재이에도 끼지 못한다는 것이 진덕수의 말이다.

‘시경’은 2000년 전 글이고 진덕수는 1000년 전의 사람이다. 그렇건만 그때 글, 그때 사람이 풀이한 이야기가 2020년 그 머나먼 대한민국에서도 딱 들어맞는 것은 기뻐해야 할 일인가, 서글퍼해야 할 일인가?

 

솔직히 윤석열 검찰총장이 옳은지 그른지는 판단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이건 누가 봐도 감탄고토(甘呑苦吐) 아닌가? 그것만으로도 중립 지대 사람들은 윤 총장을 거들 수밖에 없다. 정말로 권력의 개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 한 적어도 지금까지 윤 총장이 보여온 길은 공정(公正)의 길이고 법치(法治)의 길이다. 심지어 우리법연구회 출신 판사조차 윤 총장 손을 들어주었다.

필자는 법, 법률을 잘 모른다. 그러나 요즘 법률가 출신들이 하는 짓을 보면 굳이 그따위 법, 법률 알고 싶지도 않다. 다만 하나, 정치권력의 힘을 빌려 법을 비틀려는 이 정권의 그릇된 법관(法觀), 법률관(法律觀)의 위험성은 알겠다. 부디 여기서 멈추길 바란다. 백성들이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