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열전

[이한우의 간신열전] [60] 말을 통해 마음을 읽는 공자의 지혜

bindol 2020. 12. 2. 04:42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장차 그릇된 짓을 하려는 사람은 그 말에 부끄러움[慙]이 있고, 마음에 확신이 없는 사람은 그 말이 갈라지고[枝], 선한 이를 무고하는 사람은 그 말이 둥둥 떠다닌다[游].”

공자가 ‘주역(周易)’을 풀이한 계사전(繫辭傳)이라는 글을 마무리 지으며 결론처럼 했던 말이다. 즉 공자에게 ‘주역’은 점치는 책이 아니라 깊이 공부할 경우 이 같은 부끄러움, 갈라짐, 둥둥 떠다님을 미리 읽어내 간사한 소인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인 것이다.

장차 그릇된 짓을 하려는 추미애 장관을 보면 어느 순간 말이 궁색하고 눈이 초점을 잃었다. 스스로도 당당하지 못한 일을 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기에 말과 행동에서 은연중에 부끄러움이 드러나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내며 문재인 대통령을 가장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추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충돌에 대해 명확한 정리를 요구하는 주장에 뜬금없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말만 하면 공격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문 대통령의 침묵을 공격한다”고 맞받았다. 누가 보아도 같은 선에 놓고 이야기할 성질의 사안이 아니다. 인사권자로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충돌을 이렇게 오래 방치해 둔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도 못하고 있음이 너무도 분명하다. 그럼에도 자신이 놓인 처지로 인해 이런 말을 할 수밖에 없다 보니 그의 말이 갈라지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민주당 이상민 의원 등도 “추·윤 두 사람을 동반 사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을까?

그런데 한술 더 떠 같은 당의 진성준 의원은 이 의원의 주장에 대해 “어처구니없다”며 “시비를 분명히 가려 잘한 사람에게는 상을 주고 못한 사람에게는 벌을 주는 게 정의”라고 했다. 윤 총장에게 상을 주자는 말은 분명코 아닐 텐데 가리고 자시고 할 것이 뭐가 있겠는가? 진 의원의 이 말이 마음에 와 닿지 않고 둥둥 떠다니는 것은 어쩌면 선한 이를 무고하고 있음을 그 자신도 알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명군(明君) 아래 간신 없고, 암군(暗君)은 간신의 온상임을 확인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