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열전

[이한우의 간신열전] [59] 장탕의 舞文巧

bindol 2020. 11. 25. 05:20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무문교저(舞文巧詆), 말 그대로 법조문을 춤추게 해 교묘하게 비방거리를 드러낸다는 말이다. 한나라 때 가혹한 관리[酷吏]의 대명사인 장탕(張湯)이 오직 무제(武帝)의 뜻에 맞춰 법조문을 줄였다 늘렸다 하던 행태를 사마천(司馬遷)이 ‘사기(史記)’ 혹리열전(酷吏列傳)에서 이렇게 비판했다.

“기소된 사안을 무제가 엄하게 처벌하려고 하면 장탕은 법을 치밀하고 엄격하게 집행하는 실무자에게 맡기고, 만약에 무제가 용서해 주려고 하면 죄를 가볍게 다스리고 공평하게 처리하는 실무자에게 맡겼다.” 무려 2000년도 더 지난 일인데 현대 민주 사회라는 대한민국에서 또 장탕을 보게 될 줄이야! 하긴 혼란기였던 고려 말에도 이미 제2, 제3의 장탕이 많았는지 문신 한수(韓脩·1333~1384)는 이런 시를 지었다.

“더 이상 장탕처럼 교묘하게 법조문을 춤추게 하는 일 없어야 하리라[無復張湯巧舞文].”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 권력 주변에서 일어난 굵직한 국민적 관심 사건은 모두 유야무야됐고, 한동훈 검사장 한 명을 겨냥한 ‘피의자의 휴대전화 비밀번호’ 강제 제공을 입법화하려 한 이른바 ‘추미애법’은 좌파 단체들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사마천은 혹리열전을 시작하면서 공자의 이 말을 인용했다.

“백성을 법령으로 인도하고 형벌로 가지런히 하면 백성들은 법망을 면하려고만 하고 부끄러움이 없게 된다. 백성을 덕(德)으로 인도하고 예(禮)로 가지런히 하면 부끄러움을 알게 되고 또 감화될 것이다.” 하긴 윤석열 검찰총장 내쫓으려고 무문교저하며 이미 예의염치(禮義廉恥)와는 높게 담쌓은 ‘한국판 장탕’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기대할 바는 아니다. 곧 개각이 있다니 한수의 시구를 다시 음미라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