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72.파체(破涕)

bindol 2020. 12. 23. 06:16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72.파체(破涕)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4. 10. 1. 18:48

고대 상례의 여러 대목 중 '졸곡'이라는 절차를 적었던 <의례>.


이전에 ‘울음’이라는 주제로 쓴 글에서 먼저 소개했던 단어다. ‘깨뜨린다’는 새김의 破(파)에 ‘울음’을 지칭하는 涕(체)를 붙였다. 필자가 근무하는 출판사에서 낸 소설의 제목(이규진 저, <파체>)도 이리 썼다. 조선의 땅에 내려앉은 천주교의 빛을 그린 소설, 좋은 내용이니 사서 읽어보시길…^^. 말이 담은 뜻은 ‘눈물을 거두다’다. 권유 형태로 써도 무방하다. ‘이제 눈물을 거두시길…’이라는 뜻으로 말이다.

슬픔, 차마 이기지 못할 깊이로 그것이 닥쳤을 때 사람들은 운다. 기뻐서도, 허탈해서도 울지만 그 울음이야 슬픔에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 때와는 다르다. 제 혈육이 세상을 떠났을 때 사람들은 가없는 슬픔에 빠진다. 그래서 울고 또 운다. 우리 일상에서 흔히 마주치는 장면이다. 때로는 내가 그 복판에 들어앉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조문(弔問)한다. 흔히들 단어 속의 두 글자를 한 묶음으로 이해하지만, 내용은 조금 다르다. 조상(弔喪)과 문상(問喪)으로 나눌 수 있는 글자의 조합이다. 앞의 弔(조)라는 글자는 죽은 이를 애도하는 행위다. 뒤의 問(문)은 가족의 죽음을 당한 사람, 즉 유족을 위문하는 일이다.

중국에서는 앞의 弔(조)를 우리식과 마찬가지의 새김으로 쓰고, 뒤의 問(문)은 대개 唁(언)이라는 글자로 쓴다. 唁(언)은 ‘위로하다’는 새김의 글자다. 우리의 경우보다 정확하게 이를 가르는 점이 특징이다. 가족을 위로할 때 중국인들은 ‘節哀(절애)’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슬픔을 잘 누르시라’는 뜻이다.

슬픔은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지만, 그를 한없이 이어갈 수는 없다. 그런 유족의 정황을 잘 어루만지는 단어가 ‘節哀(절애)’다. 함께 그 슬픔을 공감하면서도 지나친 감정으로 인해 의례(儀禮)의 틀을 깨지 말도록 넌지시 일깨우는 말이다.

슬퍼서 우는 哭(곡)도 세상 등진 이를 위한 예의지만, 그런 울음을 적절하게 끌어들여 안으로 여미는 일도 예의다. 그래서 졸곡(卒哭)이라는 절차도 설정했다. 일정 기간 동안 시도 때도 없이 우는 일이 ‘무시애곡(無時哀哭)’이다. 그러나 장례절차를 어느 정도 진행한 뒤에는 졸곡에 접어든다. 고인을 위해 상을 차릴 때만 울도록 정했다. ‘무시애곡’의 울음(哭)을 끝낸다(卒)는 의미다.

울음을 뱉을 때도 있지만 삼켜야 할 때도 있다. 예(禮)는 그런 점을 감안해 설정했다. 사람 살아가는 정리(情理)를 가다듬어 만든 사회적 약속이기도 하다. 유족이 울음을 삼키면서 몸을 추스를 때 사실 보는 이의 슬픔은 더 커진다. 그런 의연한 모습에서 혈육의 상실이 지닌 슬픔의 크기를 더 진하게 읽기 때문이다.

여야의 오랜 다툼 끝에 세월호 특별법이 합의를 이뤘다. 어린 자녀들을 세상으로 떠나보낸 유족들의 마음이야 우리가 왜 모를까. 그러나 슬픔은 견디면서 넘어가야 마땅하다. 슬픔이 마구 번지면 상례(喪禮)의 사회적 틀도 어지러워진다. 이제는 세월호 유족들이 슬픔을 삼키며, 울음을 그쳐야 할 때다.

 

<한자 풀이>

涕 (눈물 체): 눈물. 울다. 눈물을 흘리며 울다.

節 (마디 절): 마디. 관절. 예절. 절개, 절조. 철, 절기. 기념일, 축제일, 명절. 항목. 제한하다.

弔 (조상할 조, 이를 적): 조상하다. 조문하다. 문안하다, 위문하다. 안부를 묻다. 불러들여 조사하다. 불쌍히 여기다. 마음 아파하다. 매달다, 매어달다.

喪 (잃을 상): 잃다, 잃어버리다. 복 입다. 죽다, 사망하다. 망하다, 멸망하다. 도망하다, 달아나다. 잊어버리다. 허비하다.

 

<중국어&성어>

节(節)哀顺变(順變) jié āi shùn biàn: 슬픔(哀)을 잘 누르고(節) 변고(變)에 잘 대응하라(順)는 뜻의 성어. 보통은 앞에 請을 붙여 유족을 문상할 때 쓴다. “請節哀”라고 줄여서 쓰는 경우가 많다.

丧(喪)家狗 sàng jiā gǒu: ‘상갓집의 개’를 일컫는 말이다.

吊丧(弔喪) diào sāng: 죽은 이를 애도하는 행위다.

吊(弔)唁 diào yàn: 죽은 이의 애도, 유족을 향한 문상의 두 의미. 일반적으로 우리의 ‘조문’과 같은 뜻의 행위다.

唁电 yàn diàn: 죽은 이의 가족, 그 상을 당한 당사자들을 위로하는 전문(電文), 즉 조전(弔電)이다.



출처: https://hanjoong.tistory.com/entry/한자-그물로-중국어-잡기-72파체破涕?category=662101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