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73.조짐(兆朕)

bindol 2020. 12. 23. 06:17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73.조짐(兆朕)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4. 10. 7. 16:05

중국 전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 그는 '짐(朕)'이라는 글자를 황제의 1인칭 호칭으로도 통일했다.

 

조짐(兆朕)’이라는 단어 뜻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어떤 일이 벌어지기 전에 나타나 앞으로의 상황을 미리 보여주는 사물이나 현상이다. 굳이 풀 필요도 없을 만큼 우리에게는 친숙한 단어다. 그러나 왜 두 글자의 조합이 그런 뜻을 얻었는가를 물으면 답이 궁색해진다.

앞의 ()라는 글자는 ()보다 큰 단위라는 뜻이다. 특히 돈을 헤아리는 단위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그에 앞서 이 글자가 가리켰던 대상은 점 등을 칠 때 그 자리에 나타난 흔적이다. 초기 동양사회에서 점을 칠 때 썼던 물질은 거북이 등껍질이나 소의 견갑골 등이다. 그를 통칭할 때 보통은 甲骨(갑골)이라고 적는다.

그곳에 구멍을 낸 뒤 불에 달군 막대기를 꽂으면 피시식하는 소리와 함께 사이가 벌어지면서 금이 나타난다. 그런 금의 흔적을 형상으로 보여주는 글자가 (). 그 금의 모양새를 보고 하늘의 계시가 어떤 내용인지를 짐작했다고 한다. 점 친 결과를 거북이 등껍질이나 소의 견갑골에 적은 게 바로 초기 한자 형태인 갑골문(甲骨文)이다.

다음 글자 ()도 사실은 우리가 자주 듣는다. TV 사극에서 왕이 스스로를 부를 때 등장하는 호칭이다. “짐이 말하지 않았는가등의 대사에 등장하는 왕의 자칭(自稱)이다. 그러나 ?”를 물으면 역시 답답해진다. 원래는 중국 고대에 일찍 등장한 라는 뜻의 1인칭 표시, 또는 나의라는 1인칭 소유격의 뜻이었다고 한다. 적어도 진시황(秦始皇)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일반인 모두 스스로를 호칭할 때 이 글자를 썼다고 한다.

진시황은 중국 전역을 최초로 통일한 막강한 군주였다. 그는 황제 자리에 오른 뒤 여러 가지를 통일했다. 문자와 법률, 교통 등을 비롯한 문물과 제도 일반을 일정한 규격과 형식으로 통일했다. 그러면서 황제의 1인칭 호칭도 통일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황제를 비롯한 군왕이 스스로를 부를 때 이 글자가 본격적으로 쓰였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군왕 등이 제 호칭으로 쓰기 이전의 본래 뜻은 이었다. 사전적인 해석으로는 배()를 만들 때 보이는 이다. 잘 만든다고 만들었지만 어딘가 생긴 의 뜻이다. 혹자는 배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사물에 드리운 빈 구석, 틈새 의 뜻도 있었다고 푼다. 그 작은 틈, 즉 별 볼 일 없는 하찮은 것의 의미에서 스스로를 낮춰 부르는 의 호칭으로 발전했으리라는 추정이 있다. 제법 그럴 듯하다.

그 틈은 언제 더 갈라질지 모른다. 배에 난 틈이나 구멍이라면 물에서 그를 가라앉힐 수도 있다. 그런 점 때문에 아마 미리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현상이라는 뜻 하나를 더 얻었을 수 있다. 따라서 점을 칠 때 생기는 금, 배를 만들 때의 틈과 구석이 만나면 兆朕(조짐)이다. 이로써 단어를 이루는 글자의 뜻이 알기 쉽게 다가선다.

북한의 실세들이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홀연 나타났다. 워낙 종잡을 수 없는 사람들이라 이런 저런 구석을 다 따져야 한다. 그들이 몰고 온 조짐이란 뭘까. 아무튼 신중에 신중을 기하면서 읽어야 할 대상이다. 우리 국가안보와 직접 관련이 있는 대목이라 더 그렇다.

 

<한자 풀이>

(조 조): (억의 만 배). 점괘. 빌미. 조짐, 빌미. 제단. 묏자리, 묘지. 백성, 사람. 처음. 비롯하다, 시작되다.

(나 짐): . 군왕의 자칭. 조짐. 전조. 징조.

 

<중국어&성어>

朕兆 zhèn zhào: 우리의 조짐과 같은 말이다.

預兆 yù zhào: 미리 나타나는 조짐.

兆头() zhào tóu: ‘조짐을 말할 때 가장 흔히 쓰는 중국 단어다.



출처: https://hanjoong.tistory.com/entry/한자-그물로-중국어-잡기-73조짐兆朕?category=662101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