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79.출제(出題)

bindol 2020. 12. 23. 06:25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79.출제(出題)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4. 11. 19. 17:10



빨간 낙엽에 제 심정을 적어 보내 훗날의 남편과 만나는 '홍엽제시'의 성어를 주제로 그린 명나라 때 그림이다.


어느 한 궁녀, 어느 한 서생(書生). 궁에 오래 갇히다시피 살았던 궁녀는 맑은 가을날 빨간색 낙엽에 글귀를 끼적인다. 궁녀로서의 답답한 삶을 하소연하는 내용이다. 이어 궁궐 해자(垓子)의 물에 띄워 보낸다. 해자 주변을 서성이던 서생은 그를 우연히 주워 읽는다. 역시 낙엽에 감상을 적어 물에 띄운다.

누군가 받아볼지 알 수 없는 글쓰기였다. 궁녀는 어느 날 신분의 족쇄를 벗는다. 궁녀 정리해고명단에 다행히이름이 올랐던 모양이다. 서생도 어느 권세가의 참모로 지낸다. 아주 우연한 계기로 둘은 부부로 맺어진다. 그 과정은 복잡해서 다 적지 않는다. 어느 날 과거를 회상하던 둘은 낙엽에 적었던 시를 이야기하다가 깜짝 놀란다. 그리고선 서로 간직했던 낙엽을 꺼낸다.

인연이 있으면 천리를 떨어져 있어도 만나고, 인연 없으면 얼굴을 마주해도 서로 알아보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중국의 오랜 속언이다. ‘有緣千里來相會, 無緣見面不相識(유연천리래상회, 무연견면불상식)’이라고 쓴다. 부부로 만나 살아가는 사람들 인연이라는 것이 이처럼 공교롭다. 이 이야기는 성어로 남았다. 紅葉題詩(홍엽제시). 빨강()의 이파리()에 시()를 쓴다()의 엮음이다.

우리가 살피고자 하는 글자가 등장한다. ()라는 한자다. ‘옳다는 새김의 ()머리를 가리키는 ()의 합성이다. 그래서 원래는 얼굴, 이마, 머리 등의 새김이라고 한다. 그러다가 여러 뜻을 얻었다. 우선은 문장의 머리, 글의 전체를 함축적으로 제시하는 부분인 제목(題目)의 뜻이다. 이로써 다시 시험이나 글월 등의 주제(主題)라는 뜻, 나아가 시험을 치를 때 묻는 내용의 문제(問題)라는 의미도 챙겼다.

동사적인 틀에서는 위의 성어에서처럼 글 등을 쓰다라는 뜻, 아울러 남의 글이나 그림 등을 품평(品評)하다의 의미가 있다. 새김이 이렇다 보니 쓰임새가 제법 많다. 나무 가지의 끝을 가리키는 ()라는 글자와 만나면 표제(標題). 가장 눈에 띄는 제목이라는 뜻이다.

서로 의논하는 대상을 가리킬 때는 의제(議題), 이야기하는 주제는 화제(話題), 논해야 하는 범위를 지칭할 때는 논제(論題)라고 적는다. 옳고 그름을 말해야 하는 문장이나 주제는 명제(命題), 부차적인 제목은 부제(副題). 골치 아플 정도로 어려운 사안은 난제(難題).

시험의 문제를 내는 일이 바로 출제(出題). 그런데 요즘 한국사회의 수준을 그대로 반영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대학 입학 수험생들에게 내는 국가의 출제 능력이 아주 문제(問題)’ 그 자체다. 젊은 수험생들의 미래가 걸려 있는 중요한 국가 차원의 시험에서 말썽이 빚어지고 있으니 아주 심각하다.

결과를 두고 그 값을 매기는 일은 한자로 적을 때 (). ‘말하다는 새김의 ()과 성과를 의미하는 ()의 결합이다. 그런 원래의 새김에서 발전한 게 매기다의 뜻이다. 대상의 소득 수준을 판정해 세금 등을 매기는 일이 부과(賦課). 그렇게 매겨지는 문제가 과제(課題).

과제는 숙제(宿題)라고도 적는다. 원래는 일본식 조어다. 일정한 시간을 주고 집에서 풀도록 하는 문제다. ‘오래 묵었다는 뜻도 얹을 수 있다. 아주 오래 품어온 바람을 숙원(宿願)이라고 할 때의 쓰임처럼 말이다. 그렇게 풀면 숙제는 아주 오랜 문제.

우리사회의 과제와 숙제가 많다. 늘 이어지는 안전사고, 대입시험의 출제능력에서 드러낸 허점도 그에 속한다. 서두르느라 정밀함을 챙기지 못하는 그런 병폐 말이다. 그러다 한국의 국가 이미지에 문제투성이 국가라는 제목(題目)이 얹히지 않을까 요즘 솔직히 걱정이다.

 

<한자 풀이>

(제목 제): 제목. 머리말. 물음. 이마. 품평. 적다. 글 쓰다. 값 매기다.

(표할 표): 표하다. 나타내다. 기록하다. 표를 하다. 적다. . 가지. 나무의 끝. 높은 나무. 높은 가지.

(공부할 과, 과정 과): 공부하다. 시험하다. 매기다. 부과하다. 과정. 과목. 조세. 세금. 부서(部署). 차례.

(부세 부): 부세(세금을 매겨서 부과하는 일). 군비(軍費) 3. 문채(文彩). 이름. 군사(軍士). 선비. 구실.

宿 (잘 숙, 별자리 수): 잠을 자다, 숙박하다. 묵다, 오래 되다. 나이가 많다. 한 해 묵다. 지키다, 숙위하다. 안심시키다. 찾아 구하다. 재계하다. 크다. 숙직. 당직. 숙소, 여관.

 

<중국어&성어>

红叶题诗(紅葉題詩) hóng yè tí shī: 여러 판본이 있는 스토리지만, 기본적인 내용은 본문과 같다. ‘남녀 사이의 아주 우연한 만남을 가리키는 성어로 자리 잡았다.

问题(問題) wèn tí=문제, 话题(話題) huà tí=화제, 标题(標題) biāo tí=표제, 命题 mìng tí=명제, 课题(課題) kè tí=과제, 难题(難題) nán tí=난제, 主题 zhǔ tí=주제등등 우리의 쓰임과 같다.

小题大做 xiǎo tí dà zuò: 작은() 주제()로 크게() 짓는다()의 엮음이다. 문장을 지을 때 작은 제목으로 큰 주제를 이끌어내는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쓸 데 없는 과장이나 부풀리기로 현상을 침소봉대로 표현하는 행위 등을 일컫기도 한다. 자주 쓰는 성어다.



출처: https://hanjoong.tistory.com/entry/한자-그물로-중국어-잡기-79출제出題?category=662101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