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한시

[가슴으로 읽는 한시] 강 마을

bindol 2021. 2. 7. 09:23

江村

 

雨雪江村暮 우설강촌모
蒼茫客意迷 창망객의미
籬邊聞犬吠 이변문견폐
窓畔見鷄棲 창반견계서
孤枕偏難睡 고침편난수
閑愁只漫題 한수지만제
悠悠十年事 유유십년사
萍梗走東西 평경주동서

 

강 마을

 

눈 내리는 강 마을에 날이 저물어
어스름 속 과객은 마음 바쁘다.
울타리 가에서 개 짖는 소리 들려오고
창 옆 홰에 앉은 닭이 눈에 들어온다.
베개를 베도 지겹도록 잠이 안 들어
공연한 시름을 시 속에나 풀어놓는다.
아련하여라. 십년 세월 인생사여
부평초로 동서를 쏘다녔구나.


조선 인조 때의 문신이자 시인인 東江신익전(申翊全·1605 ~1660)이 어느 겨울날 썼다.

 

오랜만에 강변 집으로 돌아오는 날 하필이면 눈이 내리고 날이 저문다.
벌판에 깔리는 어둠에 마음이 바빠져 걸음을 재촉해 집에 도착해 보니
개 짖는 소리와 닭이 홰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변함없는
고향 집 풍경이라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온다.

 

지친 몸을 눕혔으나 웬일인지 잠이 완전히 달아났다.
다시 일어나 붓을 들어 이런저런 생각을 끼적거리다 보니
지난 십년 동안 겪은 일들이 밑도 끝도 없이 아련히 떠오른다.

부평초처럼 동서를 오가면서 뭔가 이뤄보려고 했건만
눈 속에 파묻힌 집처럼 모든 것이 허망하게 세월에 묻힌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