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한시

[가슴으로 읽는 한시] 6월 23일 취중에

bindol 2021. 2. 9. 19:40

六月二十三日醉

今年已過半 금년이과반
歎歎欲何爲 탄탄욕하위
古俗其難見 고속기난견
吾生迺可知 오생내가지
物情饒伺察 물정요사찰
心事浪猜疑 심사낭시의
內子還佳友 내자환가우
賖醪快灌之 사료쾌관지


6월 23일 취중에

 

올해도 벌써 반이 지났는데
한탄 한탄스럽군, 내 뭔 일을 하는 것인지?
옛적 풍속은 정말 보기 힘들어져서
우리 인생 어찌 사는지 얼추 알겠네
지겹도록 남을 훔쳐보는 물정에 젖어
마음은 쓸데없이 시기하고 의심하네
아내만은 그래도 좋은 벗이라
외상술을 통쾌하게 잔에 따르네


청장관(靑莊館) 이덕무(李德懋· 1741~1793)가 술을 마시고 썼다.

 

6월도 막바지라 올 한 해도 절반이 흘러갔다.
술을 몇 잔 마시자 탄식이 절로 나온다.
한 해 동안 한 일을 돌아보면 한심스럽다.

요새 세상은 너나 할 것 없이 강퍅하게 살아가서
옛날 사는 모습과는 너무 달라졌다.


남들이 사는 것을 훔쳐보며 쓸데없이 시기하고 의심하느라
제멋대로 살지도 못하는 것이 지금 세상 우리 인생이다.

내 인생 내 마음대로 살아도 그 옛날 멋스러운
사람들처럼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후회만 남은 반년이다.


누가 뭐래도 아내만은 무조건 내 편이다.
불편한 내 마음을 알아차리고 외상술을 받아다가
잔에 콸콸 따르는 좋은 친구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