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

續行路難

bindol 2021. 3. 4. 07:51

續行路難

 


登山莫編怒虎鬚 蹈海莫採眠龍珠
人閑寸步千里阻 太行孟門眞垣途
蝸角戰甘鬧蠻觸 路岐多處泣楊朱
君不見嚴陵尙傲劉文叔 七里灘頭一竿竹
등산막편노호수 도해막채면용주
인한촌보천리조 태항맹문진원도
와각전감료만촉 노기다처읍양주
군불견엄릉상오유문숙 칠리탄두일간죽


산에 올라 성난 호랑이 수염 건드리지 말고
바다에 가서 잠자는 용의 구슬 탐내지 말라
사람이 한가할 땐 지척이 천리처럼 느껴지고
험산준령도 토담길처럼 느껴질 때가 있나니
나라끼리 사소한 일로 서로 싸워 소란한데
갈림길 너무도 많아 양주(楊朱)도 눈물지었지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엄자릉이 광무제에게 거만하게 굴며
칠리탄 기슭에서 낚시질만 한 것을

 

李仁老/高麗 / 續行路難 3수 중 첫 번째 首.


- 太行: 태항산.
- 孟門: 맹문산(孟門山). 여기서는 높고 험한 산을 의미한다.
- 蠻觸: 사소한 일로 서로 싸우는 일.
- 읍기양주(泣岐楊朱): 양주(楊朱)가 갈림길에서 울었다는 고사(故事).


淮南子 說林訓에 "양주가 갈림을 보고 울었으니, 남으로도 갈 수 있고,
북으로도 갈 수 있기 때문"(楊子見岐路而哭之 爲其可以南可以北)이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일단 어느 한 쪽 길에 들어서고 나면 다시 되돌릴 수 없음을 슬퍼하여 통곡한 것이다.

​보통 양주읍기(楊朱泣岐) 또는 양주읍기로(楊朱泣岐路)라 한다.

 

비슷한 맥락의 대구(對句)로 묵자비염사(墨子悲染絲)라는 말도 많이 쓰인다.
​"墨子가 (물들이지 않은 하얀 명주실을 보고) 물들여지는 것을 슬퍼한다"는 뜻이다.

사람이 후천적인 습관이나 배움에 따라 성품의 선악이 달라지는 것을 말한다.
묵자비염(墨子悲染), 묵자비사(墨子悲絲) 또는 묵비사염(墨悲絲染)이라고도 한다.


- 嚴陵: 엄자릉. 후한(後漢) 시대의 고사(高士).
광무제 유수와는 어릴 때 함께 뛰놀며 공부한 사이였다.


유수가 후한을 건국한 뒤 그에게 간의대부(諫議大夫)의 벼슬을 내렸으나
거들떠보지도 않고 부춘산(富春山)에 들어가 밭갈고 낚시질하며 은거했다.

 

- 劉文叔: 후한을 건국한 광무제(光武帝) 유수(劉秀).

- 七里灘: 엄자릉(嚴子陵)이 몸을 숨긴 부춘산(富春山) 동강(桐江)의 여울.

​엄자릉은 이곳 엄릉뢰(嚴陵瀨), 일명 엄자뢰(嚴子瀨)에서 낚시질하며 은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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