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한시] 섬강에서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섬강에서
버드나무 저 너머 한참 동안 바라보니
안개 뚫고 손님 몇 분이 다가오누나.
작은 마을 적시며 봄비 오는데
노 젓는 부드러운 소리 푸른 물살 가르네.
함께 묵을 곳은 산사가 제격이고
호젓한 약속은 낚시터가 좋겠네.
내일 아침엘랑 꽃배를 끌고서
남포에서 꽃구경하고 돌아오리라.
蟾江
柳外多時望(유외다시망)
烟中數客來(연중수객래)
小州春雨濕(소주춘우습)
柔櫓碧波開(유로벽파개)
共宿應山寺(공숙응산사)
幽期且釣臺(유기갱조대)
明朝移畵艇(명조이화정)
南浦看花回(남포간화회)
해좌(海左) 정범조(丁範祖·1723~1801)는 원주시 부론면 법천리에 살았다. 봄이 찾아온 섬강가 그의 집으로 손님이 찾아온다는 전갈이 도착했다. 대시인 신광수(申光洙) 일행이 여주에서 온다는 것이었다. 이제나 저제나 올까 바라보니 안개를 뚫고 배를 타고 오는 손님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봄비가 촉촉이 내리는 작은 마을에 푸른 물살 가르는 부드러운 노 소리가 정겹다. 반가운 벗을 만났으니 산사에 가서 한 이불 덮고 잠도 청하고, 낚시터에서 고기도 낚아본다. 그것만으로는 아쉽다. 배를 끌고 아름다운 꽃이 핀 데까지 다녀와야겠다. 날이 풀리고 꽃이 핀다. 소식이 뜸했던 친구로부터 소식이 기다려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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