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한시] 비가 개었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비가 개었다
비가 도착하자 구름이 다투어 나오더니
구름이 떠나가자 비가 벌써 개었다.
산은 지난밤 꿈에서 막 깨어나고
새들은 목청을 새로 바꾸나 보다.
조각조각 엷은 노을 멈춰 서고
파릇파릇 작은 풀싹 돋아난다.
송파 나루터의 저 나무들
어제저녁에는 선명히 뵈지도 않았다.
新晴
雨到雲爭出(우도운쟁출)
雲歸雨已晴(운귀우이청)
山如回昨夢(산여회작몽)
禽欲改新聲(금욕개신성)
片片輕霞住(편편경하주)
班班小草生(반반소초생)
松坡渡邊樹(송파도변수)
前夕未分明(전석미분명)
관양(冠陽) 이광덕(李匡德·1690~1748)이 1727년에 지었다. 어느 봄날 비가 내렸다. 비와 구름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낯선 손님처럼 도착했다가 불쑥 떠나갔다. 손님이 들렀다 간 흔적 작지 않아 움츠리고 있던 사물 다 살아날 듯하다. 꿈에서 깬 듯이 산은 기지개를 켜며 봄치장을 시작하고, 새들은 목청을 바꿔 새로운 노래를 부른다. 노을이 조각조각 엷게 드리운 하늘 아래 여기저기 여린 풀싹이 돋아난다. 날마다 지나가던 송파 나루터, 비 갠 뒤에 보니 저렇게 멋진 나무가 서 있었구나! 어제는 다들 어서 깨어나라고 봄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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