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한시] 어부가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어부가
지난밤 비바람이 사나워
닻줄을 강 언덕에 묶어 놓았네.
옆에 있었던 배가 근처에 있나 보다
갈대꽃 깊숙한 곳에서 어부가(漁父歌) 들려온다.
배를 저어 다가가서 말 좀 물어보자.
"물고기가 참말로 많이 안 잡히네.
아침 되면 관가에서 신역(身役)을 독촉할 텐데
물고기를 잡지 못해 어쩐다나?"
漁謳夜來風雨惡(야래풍우악)
繫纜依江阿(계람의강아)
鄰舟不知遠(인주부지원)
蘆花深處起漁歌(노화심처기어가)
移舟相近爲相問(이주상근위상문)
爲言得魚苦無多(위언득어고무다)
朝來官府催身役(조래관부최신역)
得魚無多可奈何(득어무다가내하)
정조 때 문인이자 정치가인 여와(餘窩) 목만중(睦萬中·1727~1810)이 열네 살 때 썼다. 인천에 살았기에 어촌의 풍물에 익숙하여 어부의 생활을 묘사한 연작시를 지었다. 이 작품은 어부들끼리 나누는 대화 장면이다. 밤새 폭풍우가 몰아쳐 고기잡이를 포기하고 배를 매어놓았다. 제각기 흩어진 배들이 어디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웃자란 갈대밭 어디선가 어부가가 들려오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낭만적일 수 있다. 하루라도 쉬면 관에서 부과한 어획량을 채우지 못하는 현실이 눈앞에 놓여있다. 배를 대고 이웃 어부에게 묻는 말에는 어부의 고단한 삶이 묻어난다. 소년의 눈은 어부의 현실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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