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한시] 괴석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괴석
이 한 마리를
창가에 매달아 놓고
뚫어지게 바라보면
수레바퀴처럼 커 보이네.
이 돌을 얻은 뒤로
나는 더 이상
화산(花山) 쪽으로
앉지도 않는다.
怪石(괴석)
窓間一蝨懸(창간일슬현)
目定車輪大(목정차륜대)
自我得此石(자아득차석)
不向花山坐(불향화산좌)
―최립(崔 ·1539~1612)
송윤혜
선조 때의 저명한 문인 간이(簡易) 최립이 젊은 시절 황해도 옹진군에서 벼슬살이할 때 지었다. 시에 나오는 화산은 옹진군에 있는 산이다. 작은 괴석을 얻어 관아 안에 놓아두었다. 이제는 발품 팔며 명산을 구경하러 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괴석을 뚫어지게 바라보면 그 돌이 점차 불어나 화산처럼 거대하게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인가? 옛날 기창(紀昌)이란 자가 활 쏘는 법을 배웠다. 이 한 마리를 소털에 묶어 남쪽 창가에 매달아 놓고 날마다 쳐다보았더니 이가 갈수록 크게 보이더니 나중에는 수레바퀴 크기로 보였다. 그래서 활을 당겨 이를 쏘았더니 그 심장을 관통했다. 바닷가의 외진 고을에 머무는 동안 오로지 한 가지 일에 집중하여 거장이 되겠다는 집념이 서려 있다. 누구에게나 창가에 깨알같이 작은 이를 매달아놓고 뚫어지게 바라보면 작은 이가 수레바퀴처럼 크게 보이는 순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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