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한시] 소리 내어 읊다
안대회·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소리 내어 읊다
믿지를 못하겠네, 인간의 술이
가슴속 걱정을 풀어낸단 말
거문고 가져다가 한 곡조 타고
휘파람 길게 불며 언덕에 올라
천리 너머 먼 곳을 바라보자니
광야에는 쏴아 쏴아 몰려온 바람
현자도 바보도 끝은 같나니
결국에는 흙만두가 되어버리지
작은 이익 얼마나 도움된다고
소란스레 다투다가 원수 되는가
그 누굴까 내 마음을 알아줄 이는
머리 풀고 일엽편주 물에 띄우리.
不信人間酒(불신인간주)
能澆心裏愁(능요심리수)
呼琴彈一曲(호금탄일곡)
長嘯上高丘(장소상고구)
高丘千里目(고구천리목)
曠野風颼颼(광야풍수수)
賢愚同結束(현우동결속)
竟作土饅頭(경작토만두)
錐刀亦何利(추도역하리)
擾擾成釁讐(요요성흔수)
誰歟會心人(수여회심인)
散髮弄扁舟(산발농편주)
―신흠(申欽·1566~1628)
조선 중기의 문신이었던 상촌(象村) 신흠이 세상일에 마음이 답답하여 소리 높여 시를 읊었다. 산다는 것은 이익을 놓고 아옹다옹 다투는 것으로, 남들과 갈등도 생기고 원수도 된다. 위의(威儀)를 지키며 인생을 살아가기란 정말 힘들다. 그런 인생이니 걱정도 분노도 많다. 술을 마시면 걱정을 던다고 말들 하지만 괜한 소리다. 높은 산에 오르고 광야에서 바람을 맞으면 조금 나을까? 아예 모든 걸 포기하고 마음에 맞는 사람과 배를 타고 먼 바다로 떠난다면 풀어질까? 살다 보면 울분과 허무함이 불쑥불쑥 일어나니 무작정 어딘가로 떠나야만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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