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한시] 한가한 내게 축하한다
안대회·성균관대 교수·한문학
날마다 산을 보건마는
아무리 봐도 늘 부족하고
언제나 물소리를 듣건마는
아무리 들어도 싫증나지 않는다.
자연으로 향하면
귀와 눈은 다 맑고도 상쾌해
그 소리와 그 빛 사이에서
평온한 마음 가꾸어야지.
―충지(沖止·1226~1292)
閑中自慶(한중자경)
日日看山看不足(일일간산간부족)
時時聽水聽無厭(시시청수청무염)
自然耳目皆淸快(자연이목개청쾌)
聲色中間好養恬(성색중간호양념)
충지는 고려 후기의 고승(高僧)으로 속명은 위원개(魏元凱)이다. 19세 때 과거에 장원급제하고 난 뒤 출가하였는데 시와 문장을 잘 지어 조선시대에 편찬된 '동문선(東文選)'에 많은 작품이 실려 있다. 산에 사는 승려이니 눈에 보는 것이 산이고, 귀로 듣는 것이 물소리다. 보통 사람이라면 물리고 질리지 않을 수 없다. 그게 싫어 산을 떠나고 들과 물을 떠나 도회지로 가서 다른 사람들 틈에 섞이려 한다. 하지만 충지는 그들과 정반대의 방향을 택했다. 몸을 자연 쪽을 향해 돌려놓으면 눈도 귀도 맑아지고 상쾌해진다고 하였다. 허구한 날 바라보고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의 자기고백은 산수로부터 멀리 떨어져 사는 사람의 가슴을 친다. 산과 물을 향해 눈과 귀를 조금이라도 더 돌려놓아야겠다는 마음이 솟아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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