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한시

[가슴으로 읽는 한시] 별을 노래하다

bindol 2021. 3. 15. 04:55

[가슴으로 읽는 한시] 별을 노래하다

안대회·성균관대 교수·한문학

 

별을 노래하다

 

밤 깊어 맑은 달 아래에서
뭇별이 한창 반짝거리네.
옅은 구름으로는 가리지 못하고
찬바람 불면 빛이 더 반짝이네.
진주알 삼만 섬이
파란 유리에서 반짝반짝!
허무에서 별빛이 무수히 일어나
우주의 원기를 북돋네.
부슬부슬 이슬꽃 내리고
동쪽에는 은하수 흐르는 소리.
누가 천체의 운행을 주관할까?
내 조물주에게 물어보리라.

―이좌훈(李佐薰·1753~1770)

 

 

衆星行(중성행)

夜深淸月底(야심청월저)
衆星方煌煌(중성방황황)
微雲掩不得(미운엄부득)
朔風就有光(삭풍취유광)
眞珠三萬斛(진주삼만곡)
磊落靑琉璃(뇌락청유리)
群芒起虛無(군망기허무)
元氣乃扶持(원기내부지)
霏霏露華滋(비비노화자)
明河聲在東(명하성재동)
天機孰主張(천기숙주장)
吾將問化翁(오장문화옹)

 

조선 영조 때 남인(南人) 집안에서 태어난 이좌훈은 대여섯 살 때부터 시를 지은 천재 시인으로 유명했다. 그가 밤하늘을 무수하게 수놓고 있는 별을 보고 시를 지었다. 찬란한 별 떼의 반짝임을 우러러보니 파란 유리 쟁반 위에 진주알 삼만 섬이 쏟아져 흩어진 모양으로 보인다. 밤하늘의 무수한 별빛을 우러르던 것도 이제 까마득한 옛일이 되었다. 도시에서는 그런 별 떼를 볼 일도 없고, 보려고 해도 볼 수가 없다. 별을 보며 허무한 우주 공간을 상상하기도 힘들고, 귀로 은하수가 흐르는 소리를 듣기도 어렵다. 깊어가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신비로운 우주를 상상하는 한 소년의 호기심과 흥분이 전해온다. 남달리 조숙했던 그는 18년이란 짧은 인생 동안 시 230여편을 남기고 하늘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