悟石軒前獨倚闌
海湧春嵐濕翠鬟 生公臺下雨漫漫
風廻陰壑奔泉黑 雲鎻蒼池劒氣寒
淨洗塵氛開絶境 不妨烟靄是奇觀
詩人自得空濛趣 悟石軒前獨倚闌
해용춘람습취환 생공대하우만만
풍회음학분천흑 운쇄창지검기한
정세진분개절경 부방연애시기관
시인자득공몽취 오석헌전독의란
해용산 봄날 안개는 쪽진 머리 적시고
생공대 아래 내리는 비는 가없고 지루하네
바람은 그늘진 골짝을 돌고 솟구치는 샘은 검은데
구름이 푸른 못을 가두니 칼바람 차갑고야
먼지를 깨끗이 씻어 멀리 떨어진 땅 열고
거침없는 구름과 안개는 기이한 광경이로세
시인은 스스로 뽀얗고 자욱한 멋 깨달아
오석헌 앞에서 홀로 난간에 기대네
文徵明/明 / 虎丘觀雨
- 海湧: 虎丘山의 옛 이름인 해용산(海湧山).
- 春嵐: 봄날의 안개.
- 翠鬟: 윤이 나는 쪽진 머리.
- 生公: 生公은 남조(南朝) 양(梁)나라 때의 고승 축도생(竺道生).
그가 일찍이 소주(蘇州) 호구사(虎丘寺)에서 돌을 모아
청중으로 삼고 불경(佛經)을 강설했다.
그러자 그의 뛰어난 설법에 감화되어 돌들이 모두 머리를 끄덕였다고 한다.
이 돌들을 오석(悟石)이라 부른다고 한다.
- 塵氛: 티끌. 속세(俗世).
- 絶境: 멀리 떨어져 있는 땅
- 烟靄: 운무(雲霧). 안개와 아지랑이.
- 空濛: 뽀얗고 자욱함.
- 悟石軒: 虎丘寺 대전 서편에 있는 건물. 명(明)나라 때
蘇州 지부 호찬종(胡鑽宗)이 처음 세웠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