醉題沈子明壁
不愛君池東十叢菊
不愛君池南萬竿竹
愛君簾下唱歌人
色似芙蓉聲似玉
我有陽關君未聞
若聞亦應愁殺君
불애군지동십총국
불애군지남만간죽
애군렴하창가인
색사부용성사옥
아유양관군미문
약문역응수살군
그대 못 동쪽 수북한 국화 사랑하지 않고
그대 못 남쪽 우거진 대숲 좋아하지 않네
그대 집 발아래서 노래하는 여인 사랑하거니
때깔은 연꽃 같고 목소리는 옥처럼 청아하지
내게 양관곡 있는데 그대 들어보지 못했으리
들어본다면 그대도 깊은 시름에 빠져들고 말걸세
白居易/唐 / 醉題沈子明壁
- 陽關: 옛 곡조인 <양관삼질(陽關三迭)>의 약칭(略稱).
헤어질 때 부르는 노래(別曲)의 범칭(泛稱).
- 簾下: 발(珠簾) 아래.
예부터 사내 마음을 들뜨게 하는 여인의 3가지 자태가 회자(膾炙)되어 왔다.
삼상(三上)·삼중(三中)·삼하(三下)가 그것이다.
三上은 마상(馬上)·장상(墻上)·누상(樓上). 말 탄 여인의 모습이
매력적으로 보인다니 기회가 닿으면 눈여겨 볼 일이다.
삼중(三中)은 여중(旅中)·취중(醉中)·일중(日中).
日中은 햇빛에 드러난 여인의 뽀얀 살결이라나.
三下는 월하(月下)·촉하(燭下)·簾下. 발아래 턱을 괴고 상념에 빠진
여인의 천진한 모습이라면 영화나 그림의 한 장면으로 손색이 없을 듯하다.
- 愁殺: 대단히 슬프게 하다(여기서 `殺`은 강조의 의미를 지닌 助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