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152> 동장군과 빙하기 ; 지구가 언다면?

bindol 2021. 4. 18. 04:19

 

둘 다 비슷한 말이면서 인류의 미래를 심각하게 생각하게 만든다.

요즘 지구 온난화가 문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구 냉각화다. 공룡은 갑자기 닥친 빙하기에 멸종했다. 인간도 더위보다 추위에 취약하다. 여름 하(夏)장군은 없어도 겨울 동(冬)장군은 있다. 동장군은 러시아에 있었다. 1812년 5월 프랑스의 60만 대군은 러시아를 침공해 모스크바를 점령했다. 하지만 영하 30도의 혹독한 추위가 오자 40만 명이 죽으며 퇴각했다. 영국 기자가 'General Frost'를 러시아의 승리 비결이라고 썼다. 혹한의 뜻인 'Jack Frost'를 본따 만든 말이었다. 톨스토이는 나폴레옹군의 러시아 침공을 소재로 하는 '전쟁과 평화'에서 'General Frost'를 인용했다. 일본인이 이 소설을 번역하면서 동장군(冬將軍)이라 번역했다.

2차대전 전체 사망자 수 절반이 넘는 2700여만 명이 죽은 독일 대 소련의 전장, 동부전선에서 소련의 동장군은 막강했다. 스탈린그라드라는 영화를 보면 살인적 추위에서 싸우다 죽어가는 독일군들이 너무 불쌍하다. 러시아인들은 강추위에 강하다. 영하 20도에서도 골프를 치며 야외에서 오리고기를 구워먹고 보드카를 마시며 기분좋다고 '하라쇼'를 외친단다. 하지만 그들도 빙하기는 못 견딜 것이다.

영화 '투모로우'에서 지구 온난화로 남북극 빙하가 녹고 바다가 차가워지면서 해류가 바뀌며 결국 지구 냉각화의 재앙이 온다. 제발 그런 끔찍한 빙하기가 안 오기를…. 그런데 요즘 기후변화를 보면 조짐이 심상치 않다. 혹시 생명체 지구(Gaia)가 동장군을 내세워 인간을 몰아내려는 건 아닐까?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