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153> 노숙자, 부랑자, 놈팡이

bindol 2021. 4. 18. 04:19

 

위 낱말을 통해 이 시대 경제주의 사회가 직면한 중대 문제를 생각할 수 있다.

 

노숙자는 길에서 자는 사람이 아니다. 길 로(路)가 아닌 이슬 로(露)를 쓰니 노숙자(露宿者)다. 풍찬노숙(風餐露宿)에서 온 말이다. 바람 먹고 이슬 덮고 잔다는 뜻이다. 이 시대의 노숙자는 물결(浪) 따라 떠도는(浮) 부랑자(浮浪者)나 놈팡이로 전락했다. 놈팡이는 하는 일 없이 놀고 먹는 사람을 뜻하는 독일어 룸펜(lumpen)에서 왔다. 룸펜이 일제강점기에 우리한테 전파되어 놈팡이가 되었다. 마르크스는 '공산당선언'에서 룸펜 프롤레타리아를 가리켜 자본주의 사회의 최하 빈민층으로 취업할 의사도 없이 구걸, 범죄를 일삼으며 그날그날 먹고사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자본주의 문제 해결책으로 마르크스가 전복적 계급투쟁을 제안하였다면, 케인스는 수정된 경제정책을 제안했다. '고용 이자 화폐의 일반이론'의 저자 케인스는 자유로운 시장경제가 아닌 정부의 계획경제에 따른 공공지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루스벨트 정부는 케인스의 뜻대로 정부 지출을 늘리며 고용을 늘리는 뉴딜정책을 실시했다. 때마침 2차대전에 참전하여 대규모 군수산업으로 실업자가 감소하자 미국은 대공황에서 벗어났다.

 

하이에크는 '노예의 길'에서 케인스식 경제정책은 국민들이 노예로 사는 길이라 반박하며 자유로운 자본주의 고수를 주장했다. 영국 대처와 미국 레이건 정부는 하이에크의 뜻을 전폭 수용했다. 케인스파와 하이에크파의 대결은 치열한 진영 분열로 격해졌다. 좌우로 갈린 경제주의를 생태주의가 감싸는 날이 오게 될 때 그 싸움은 끝장날 것이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