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100> 음과 성 ; 무슨 소리인가?

bindol 2021. 4. 19. 05:04

 

소리 音과 소리 聲, 두 글자를 합치면 음성(voice)이지만 나누면 복잡해진다.

어른이 말씀(聲)하시는데 못 알아 들어서 "무슨 소리세요?"라고 물으면 야단맞는다. 소리(音)란 상대방 말을 낮추는 표현이다. 일본어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의 말에 대해 こえ()가 아니라 おと(音)라 한다면 욕먹는다. 언어생활에서 음과 성은 다르지만 음악과 성악에서 음은 성보다 크다. 여러 음악 중에서 목소리를 악기로 하여, 즉 성대(聲帶)를 써서 하는 음악은 성악이다. 반대로 화음과 화성에서 성은 음보다 큰 개념이다. 화음(和音)은 두 개 이상의 음들이 모여서 나는 하모니다. 서로 잘 어울리는 협화음도 있고 어울리지 않는 음을 쓰는 불협화음(tension chord)도 있다. 두 음들 사이의 높낮이를 재는 단위는 음들 사이의 거리인 음정(音程)이다. 서양음악의 7음계 C―D―E―F―G―A―B―C에는 반음으로 따져 12음계가 있다. E―F와 B―C 사이만 반음이며 다른 음들 사이는 모두 온음이기 때문이다.

 

약 2500년 전에 피타고라스는 퉁기는 줄의 길이에 따라 다른 음의 높낮이를 수학적으로 분석하였다. 12음계 자체는 단순하지만 그 안에 엄청난 세계가 숨어 있다. 이 열두 음들을 가지고 수많은 음악들을 작곡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12음계를 통한 화음들에 오묘하고 광활한 우주가 있어서다. 이를 연구하는 것이 화성학(和聲學)이다.

 

기타연주가 취미인 필자는 화성학을 독학하고 있는데 '반음의 화성학'을 정리 중이다. 알고보니 온음(whole tone)보다 부족하게 여겨지는 반음(half tone)이 화성의 신비한 세계 여기저기를 온통 지배하고 있었다. 그 음악세상은 인간세계처럼 말씀이니 소리니, 고에니 오또니 구분하면서 시비를 걸지 않는 드넓고 아름다운 천국이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