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낱말이 가진 연관성을 끄집어 찾아내면 어떠한 느낌이 전해져 올까?
유머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남을 웃기는 말이나 행동이다. 비슷한 우리말은 무얼까? 우스개, 익살, 한자어로 골계(滑稽)해학(諧謔), 농담(弄談), 풍자(諷刺), 영어로 위트(wit), 조크(joke), 코믹(comic) 등. 하지만 어원으로 따지면 이들 낱말들은 유머와 거리가 멀다. 유머(humor)는 몸안에 흐르는 체액을 뜻하는 라틴어 후모르(humor)에서 왔다. 고대 로마인들은 남을 웃기는 기질이 그 사람의 체액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이유로 의학용어인 유머는 일상용어인 유머가 됐다. 물론 유머는 체액이 아니라 머리에서 결정된다. 그래도 유머가 체액으로부터 나온다는 옛날 생각은 나름 그럴 듯하다. 유머 있는 사람에게는 따뜻한 체액이 흐를 것같고, 냉소적인 인간에게는 차가운 체액이 흐를 것처럼 여겨진다.
과학적 사실은 아니더라도 직관적 느낌은 그렇다. 손이 유난히 차가운 사람을 냉혈인간이라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따뜻한 체액이 흐르면 왠지 따뜻한 인간미가 느껴질 것같다. 결국 유머는 앞서 언급한 여러 유사어를 제치고 인간미와 뜻이 가장 가깝다. 공교롭게도 유머와 인간을 뜻하는 휴먼은 앞 철자가 같다. Humor≒Human! 물론 체액을 뜻하는 유머와 흙에서 빚어진 휴먼이라 서로 어원이 다르기는 하지만 스펠링이 비슷한 것은 우연보다는 필연인 듯싶다.
몸속 따뜻한 체액처럼 맘속에 따뜻한 생각을 품으면 유머력보다 유머감이, 즉 따뜻한 인간미가 밖으로 자연스레 흘러 넘친다. 웃기려는 말이 아니라 무심코 툭 내던지는 말에서도…. 따뜻한 사람이 많아지면 당연히 따뜻한 사회가 이루어져 간다. 지구는 온난화된다는데 세상은 차가워지니 안타깝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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