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96> 전문가와 전문가; 어떤 사람이 될까?

bindol 2021. 4. 19. 05:08

두 낱말은 정반대의 뜻을 가진 동음이의어다. 둘 중에 하나가 되자.

전문가란 오로지(專) 하나의 문(門)으로만 다니는 부류의 사람(家)이다. 영어로 프로라 한다. 프로페셔널의 약자다. 프로페셔널의 어원이 되는 라틴어 프로페시오(professio)는 선언하는 고백이다. I prosess! 나는 고백한다! 그래서 프로페셔널이란 전문가라기보다 고백할 수 있는 경지에 다다른 사람이다. 교수인 프로페서도 고백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먼저다. 고백할 수 있는 경지에 다다른(professional) 프로페서가 되려면 하나의 문으로만 열심히 드나들어서 될 수 있을까? 그런 전문가는 프로페셔널이 아니라 엑스퍼트나 스페셜리스트다. 우리말로 쟁이 또는 꾼이다. ○○쟁이나 ××꾼은 오로지 하나만 안다. 자기가 다녔던 문 밖에 있으면, 즉 자기 분야 아닌 것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문외한(門外漢)의 전문가(專門家)와 달리 전문가(全門家)는 이 문 저 문 여러 다양한 문(門)을 모두(全) 다니는 부류의 사람(家)이다. 전(專)이 오로지(only)라면, 전체라는 낱말에 쓰이는 전(全)은 모두(whole)다. 전문가(全門家)에 걸맞은 T자형 인간은 오로지 한 우물만 좁고 깊게 파지 않는다. T자형으로 넓게(↔) 파야만 깊게(↓) 팔 수 있다. 석유 등을 캐기 위하여 수천 미터 깊게 시추(試錐)하여 좁은 구멍을 내지만 그 한 구멍을 뚫기 위하여 구멍 주변에서 광범위한 지형탐사를 먼저 한다. 넓은 탐사 없이 열심히 한 구멍만 여기저기 깊게 파다가는 거덜난다.

물론 한 분야에 정통하면 모두 무리없는 경지에 도달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두루 섭렵해야 경지에 이르는 법이다. 그렇다고 수박 겉핥듯 조금씩 얕게 넓게 알자는 뜻은 아니니 오해하면 안 된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