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낱말은 거의 비슷한 뜻으로 쓰이지만 확실하고 선명한 차이가 있다.
홍보라는 낱말은 일제 강점기에 생긴 단어로 한자 뜻 그대로 '널리(弘) 알린다(報)'는 뜻이다. 재미있는 표현이지만 피알(PR)에 '피할 것은 피하고 알릴 것은 알린다'는 뜻은 하나도 없다. 영어 뜻 그대로 '공중관계(Public Relations)'다. 우리의 이해관계자인 공중들(Public)과 호의적 관계(Relations)를 맺는 일이다. 일방적으로 널리 알리는 일은 쉽다. 돈만 있으면 광고를 사서 하면 되고,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하면 된다. 돈이 많을수록, 아이디어가 좋을수록 더 효율적으로 더 효과적으로 우리를 노출시켜 대중들에게 더 많이 알릴 수 있다. 하지만 호의적 관계를 맺는 일은 결코 쉽지가 않다. 관계라는 낱말 안에는 지속적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지금 당장 관계를 맺기는 쉽지만 그것을 늘 유지하는 일은 어렵고 힘들다. 돈으로, 아이디어로만 해결되는 게 아니다.
홍보가 단지 나를 좋아해 달라는 구애라면, PR은 나와 같이 살자고 청혼하는 일이다. 남자가 여자에게 일시적 사랑을 구애하는 일은 쉬울 수 있다. 돈이 많으면, 아이디어가 좋으면, 열심히 하면 된다. 하지만 한평생 이 여인과 함께 살고 싶으면 가장 먼저 이 여자를 마음속 뼛속 깊이 사랑하는 진정성이 흘러 넘쳐야 한다. 현실적 경제 능력에 대한 책임성도 갖추어야 한다.
홍보가 날 좋아해 달라는 'Love me'라면, PR은 한 평생 같이 살자는 'Marry me'다. 홍보를 잘하려면 전략이 있어야 하지만 PR을 잘하려면 철학이 서야 한다. PR을 잘하면 지속적 관계를 잘 맺게 되니 홍보는 결과적으로 잘 되게 마련이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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