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비슷해 보이는 두 낱말의 차이를 알면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일본 만화영화 주인공이기도 한 아톰(atom)은 하나의 물질을 더 나눌(tom) 수 없도록(a) 나누고 쪼갠 최소의 알갱이다. 바로 원자다. 물분자(H₂O)는 수소 원자와 산소 원자로 나누어진다. 이제 원자는 쿼크라는 초소립자, 힉스입자로까지 분석된다. 분석이란 양쪽이 갈라지도록(八) 칼(刀)로 나누고(分) 나무(木)를 도끼(斤)로 쪼개는(析) 일이다. 수확한 벼(禾)를 한 말 두 말(斗)씩 재는 과학(科學)은 분석을 기본수단으로 한다. 이런 엉성한 수준의 과학에서 벗어나 첨단 과학은 물질을 인 1/10억의 나노 수준으로까지 나누며 쪼갤 수 있다. 1m를 10억 분의 일까지 쪼개고 나눈다. 나노과학이다.
분석과 달리 해석은 풀어서(解) 깨닫는(釋) 일이다. 해석에서 해(解)는 뿔(角)을 가진 소(牛)를 칼(刀)로 해체하는 일이다. 그러면 소 위장이 네 개라는 사실 등 여러 생물학적 사실을 풀어서 알 수 있다. 해석에서 석(釋)은 분석의 석(析)과 달리 풀어서 헤치는 일이다. 자잘한 것들로 복잡하게 뒤섞인 사물을 풀어서 중요한 의미를 캐내는 일이다. 빅데이터로부터의 마이닝이 분석에서 그치면 분석을 위한 분석이다. 해석 없는 분석은 쓸 데 없다. 분석이 과학의 기본 수단방법이라면 해석은 통섭(統攝)이 아닌 통학(通學)의 기본 접근방식이다. 이를 하려면 속을 꿰뚫어 보는 통찰(洞察)이 있어야 한다.
결국 해석은 통찰력으로 깨달음을 얻는 일이다. 단순히 나누고 쪼개는 분석과 차원이 다르다. 마케팅도 소비자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일이 아니라 생활자인 고객을 통찰하며 해석하는 일에서 시작되어야 마땅하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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