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87> 전략과 순리; 무엇대로 할까?

bindol 2021. 4. 19. 05:16

무슨 일을 전략적으로 하는 것과 순리적으로 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전략이라는 말이 횡행하고 있다. 춘추전국시대도 아닌데 세상은 늘 항상 언제나 싸움(戰)에서 이기기 위한 약탈의 꾀(略)로 살벌하다. 2차대전에서 전장을 누볐던 군인들이 전후 다들 비즈니스 쪽으로 들어와서인지 마케팅 책은 온통 군사용어로 서술된다. 고객은 총을 쏘아 맞추어 쓰러뜨려야 할 타깃이다. 브랜드 호감도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군인들이 충성하듯 브랜드 충성도라고 한다. 쳐들어가 무찔러 죽이는 것도 아닌데 시장공략이라 한다. 선거에서도 유권자를 무찔러 죽일 것도 아닌데 유권자 공략이다. 공략(攻略)이란 공격해 들어가 약탈하여 공략(攻掠)하는 짓이다. 무슨 일을 전략적으로 한다는 것은 전쟁에서 적을 이기기 위한 술수를 부린다는 뜻이다. '이기는 습관'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세상이다. 상생(相生)은 서로 살자는 live-live일 텐데 WIN-WIN이라며 말도 안되는 말을 쓴다. 순리적으로 한다고 하면 되는 대로 편하게 자기 맘대로 하자는 뜻으로 여겨진다. 순리란 그리 가볍지 않다. 가장 무게 있는 이치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속이 차면 겉으로 넘쳐 흐르는 자연스러운 이치다. 물(水) 흐르는(去) 법(法)인 순리(順理)란 순수(純粹)도 순박(淳朴)도 아니다. 세상만물 제1의 기본법칙이다. 이에 거스르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 법칙에 따라 비가 오고 강이 흐르며 바다가 이루어지며 세상이 돌아간다.

마케팅을 전략적으로 하면 천박한 포장이기 쉽다. 물 흐르는 순리에 따라야 제대로 된다. 인위적 억지는 무리라 안 통한다. 널리 알려지는 광고홍보는 마케팅을 위한 전략적 수단이 아니라 마케팅을 제대로 했을 때 생기는 순리적 결과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