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86> 설득과 공감; 저 사람에게 끌리려면?

bindol 2021. 4. 19. 05:17

두 낱말 사이에는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살아갈지에 관한 기본자세의 차이가 있다.

광고와 홍보는 대표적인 설득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한다. 그러나 누가 나를 설득하려고 한다면 나는 방어막을 치게 된다. 네가 아무리 날 설득하려 해도 난 꿈쩍도 않을 것이라고 마음먹는다. 인간의 심리 기저에는 설득당

하기 싫어하는 본성으로 가득차 있다. 내가 말해서(說) 상대로부터 내게 필요한 것을 얻는(得) 것이 설득이다. 설득의 뜻인 persuasion도 완전히(per) 촉구하는(suade) 것이다. 내가 상대로부터 구하려는 것을 강도 높게 촉진하는 행위가 설득이다. 설득은 결국 자기목적 지향에 자기중심적이다.

하지만 공감은 서로 함께 같이 더불어(共) 느끼는(感) 것이다. 인간은 공감에 목말라 한다. 이 세상에 설득하려는 것은 너무나도 많지만 공감가는 것은 별로 없다. 그러니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공감이 가면 강하게 끌린다. 공감은 서로 나누는 것이지 주며 얻는 것이 아니다. 나의 유익을 위해 억지로 공감을 주려 할수록 진정성이 떨어져 공감과 멀어진다. 공감에 해당하는 영어 sympathy는 같이 동시에(sym) 이성이 아니라 감성으로 느끼는(pathy) 것이다. 이 심퍼시보다 공감과 어울리는 낱말은 empathy로 내가 상대방 마음 속에 들어가는 일이다. 감정이입(感情移入)인 엠퍼시는 역지사지(易地思之)보다 더 수준 깊은 공감대를 이루게 한다.

일방적 의사전달이 아니라 쌍방적 의사공유인 커뮤니케이션은 원래 설득과 거리가 멀다. 누가 나를 일방적으로 집요하게 설득하려 할 때 우리는 질린다. 정도가 지나치면 징그럽기까지 하다. 설득의 심리란 질리게 되는 심리이기 쉽다. 유연한 공감은 강력한 설득을 넘는다. 내 마음속에 들어온 듯 공감이 가는 사람한테는 끌리지 않을 수 없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