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81> 관리와 경영; 잘 되려면?

bindol 2021. 4. 19. 05:21

같은 것같기도 하면서 다를 것같기도 한 두 낱말은 어떤 뜻일까?

누가 나를 관리한다면 관리당하는 것같아 기분 나쁘지만 경영한다고 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정반대의 느낌이 드는 두 낱말이지만 브랜드 관리와 브랜드 경영처럼 비슷하게 쓰이는 경우도 있다. 관리에서 관(管)이란 가늘고 긴 대롱이다. 그 대롱으로 만든 피리를 소리가 잘 나게끔 다스리는 것이다. 리(理)란 원석의 구슬(玉)을 반짝이게 갈며 다스리는 것이다. 관리의 뜻을 가진 영어 management는 손을 뜻하는 라틴어 manus에서 왔다. 손으로 통제하는 것이 매니지먼트다. 1911년 테일러가 제안한 과학적 관리(Scientific Management)는 인간을 생산기계 부품으로 여기는 것이었다. 경영을 산업공학처럼 만든 그는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하지만 이제 경영은 딱딱한 매니지먼트가 아니라 어드미니스트레이션이다. 어원은 봉사한다는 라틴어 ad(to)+ministrate(serve)다. 공적인 정부에서 봉사하는 것은 행정(Public Administration)이고, 사적인 기업에서 봉사하는 것이 경영(Business Administration)이다. 한자로 따지면 경영의 의미가 구체적이다. 경(經)이란 옷감을 짤 때 가로의 씨실에 맞추어 세로의 날실을 다스리는 것이다. 한자학의 보고인 설문해자에 의하면 영(營)은 불을 밝힌(
) 궁궐(宮)을 뜻한다. 여기서 다스리다의 의미가 파생되었다.

관리든 경영이든 피리, 구슬, 옷감, 궁궐 등을 다스리는 것이다. 다스림에 있어서 손으로 일하며 매니지먼트하는 것보다 봉사하는 진정한 마음으로 어드미니스트레이션한다면 관리와 경영이 순조롭게 이루어진다. 욕심으로 한다면 곧 어그러지는 법이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