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79> 광고, 선전, 홍보 ; 같지만 달라졌다

bindol 2021. 4. 19. 05:23

광고도 널리(廣) 알리는(告), 선전도 널리(宣) 알리는(傳), 홍보도 널리(弘) 알리는(報) 일이다. 한자의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 큰 맥락에서 뜻이 같다. 그런데 뜻이 달라졌다.

세계 최초의 광고는 3000년 전에 도망간 노예를 찾는다는 내용이란다. 이는 광고한 흔적이 그렇게 역사기록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지 세계 최초의 광고인지는 불분명하다.

그 이전에도 사람이 살면서 남에게 널리 알리고 싶은 일들은 많이 있었을 것이다. 지금도 광고할 일이 많다. 가령 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기 전에 광고한다며 교인들에게 공지사항으로 알릴 말을 전한다. 이럴 경우 광고라는 단어는 어색하다. 광고는 상업적인 경우에 어울린다. 그래서 상업광고(commercial)다. 광고는 우리 것을 사주길 바라는 분명한 목적으로 이루어진다.

비슷한 말로 많이 쓰이는 선전은 상업적 목적보다 이념적, 사상적, 종교적이거나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하는 일이다. 그래서 정치선전이라 한다. 흔히 뭔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하는 경우에 선전이란 말을 쓴다. 그걸 흑색선전이라 한다. TV에 선전이 많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선전이란 단어는 틀렸다. 광고라 해야 맞다.

홍보란 광고처럼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을 통해 간접적이며 우회적으로 우리를 부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언론홍보라 한다. 신문에 우리에 관해 좋은 기사가 나면 독자는 객관적 신뢰감을 가지므로 신문에 광고를 했을 때보다 더 우리를 좋아하게 된다.

광고는 직접적으로 날 사달라고 조르는 Buy me, 선전은 뭔가 속셈을 감추며 날 믿어달라며 꼬시는 Trust me, 홍보는 남이 좋은 말을 하게 해서 은근슬쩍 날 좋아해 달라는 Love me다. 낱말에는 그런 차이가 없는데 그런 차이가 생기게 되었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