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64> 노가리, 뻥, 구라, 후라이 : 거짓말

bindol 2021. 4. 20. 04:55

이 낱말들은 모두 좋은 뜻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로 알아보면 재미있다.

우리에게 가장 흔한 생선이었던 명태는 다양하게 변신한다. 바다에서 잡힐 때는 명태, 안 얼려서 오면 생태, 얼려서 오면 동태, 반만 말리면 코다리, 완전히 말리면 북어, 얼리고 녹이며 말리면 황태다. 이런 명태의 새끼가 맥주 안주인 노가리다. 명태알인 명란젓에는 셀 수조차 없을 만큼 알이 수북하다. 그 알들이 다 새끼가 된다면 얼마나 많은 노가리들이 나오겠는가? 그래서 노가리깐다는 말은 실속없이 말이 아주 많다는 뜻이다.

거짓말은 그 어원이 깊다. 세종의 아들인 세조가 수양대군 때 어머니의 명복을 기리기 위해 부처님 말씀을 기록한 석보상절 안의 거즛말에서 왔다. 참말, 정말과 달리 거짓말은 비속어가 많다. 공갈(恐喝)은 거짓말이 아니라 공포를 주어 협박하는 말이다. 허(虛), 위(僞), 궤(詭)의 뜻을 가진 거짓말의 비속어로 뻥, 구라, 후라이가 있다. 뻥은 곡물을 뻥튀기할 때'뻥'에서 왔을 것이다. 뻥튀기하면 작은 옥수수 한 알이 몇 배로 커진다. 구라는 속이다를 뜻하는 일본어 구라마스나 어둡다를 뜻하는 구라이에서 왔다는 설보다는 지금의 이라크 지역인 고대 수메르어에서 크게 외치다를 뜻하는 구라에서 왔다는 설이 더 끌린다. 후라이는 야구에서 타자가 쳤지만 실속도 없이 높이 나르며 뜨는 공인 플라이(fly)에서 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1970년대의 코메디언 후라이보이는 후라이라는 말을 유행시킨 당사자다.

듣는 사람을 기분좋게 하는 재미있는 노가리도 있고, 어색하고 불편한 상황이 안 되도록 하는 하얀 거짓말도 있다. 그러나 나의 이익을 위해 사람을 속이려고 하는 시커멓고 새빨간 거짓말은 결국 나를 망치게 하고 남을 멍들게 한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